ADVERTISEMENT

「검은 악어」 멸종위기(지구촌화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고가의 가죽에 눈독… 중남미서 남획/각국 동물단체 나서 보호작전 한창
서방 부국들의 악어가죽 선호열풍에 휘말려 중남미산 흑색악어가 멸종의 위기를 맞고 있다.
흑색악어는 50년전까지만해도 볼리비아에만 70만마리가 집단을 이뤄 살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체 중남미를 다 뒤져도 3천마리를 넘지 못하는 「위기」에 몰려 있는 상황이다.
공룡과 함께 번성했던 흑색악어는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악어로 알려져 있다.
길고 강한 턱에 날카로운 이빨을 지닌 흑색악어는 다 자랄 경우 몸무게가 2백80㎏,몸길이 7m 정도의 「위용」을 자랑한다.
지금은 볼리비아ㆍ기아나ㆍ브라질의 일부 삼림지역에만 일부가 모여 살고 있으나 2차대전전까지만해도 페루ㆍ콜롬비아ㆍ아르헨티나 및 파라과이등지에 폭넓게 서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흑색악어의 윤기있는 가죽을 노리는 사냥꾼들의 남획에 시달린데다 보다 활동적인 안경악어와의 생존경쟁에 밀려 흑색악어는 점차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위기에 처한 동물을 보호하는 독일인들의 행동연합」(AGA)의 군터 피터회장은 지난 20년동안 전체 야생동물,특히 악어ㆍ왕뱀ㆍ앵무새ㆍ얼룩삵괭이 등의 90%이상이 사라져 버렸다고 밝혔다.
사냥꾼들은 악어가죽 1장에 40달러(2만8천원)를 받게 되는데 이는 중남미의 낮은 생활수준을 감안할때 커다란 유혹이 아닐 수 없다.
악어가죽으로 만든 악어구두는 한켤레에 무려 1만달러(7백만원)를 웃도는 고가로 일본과 서독 시장에서 팔리고 있다.
볼리비아 야생동물협회(PRODENA)와 AGA의 통계에 따르면 최대 악어가죽 거래시장은 서독을 중심으로한 유럽마킷이다.
88년 3월 스페인 경찰당국은 마드리드 시내의 한 비밀창고에서 6천3백장의 악어가죽을 발견했다.
이와 관련,AGA측은 1년동안 서독으로 밀수입되는 악어가죽은 37만5천장에 이른다고 밝혔다. 전체 악어가죽의 80%가 서독내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다.
흑색악어를 비롯한 악어류의 숫자가 급격히 감소하자 PRODENAㆍAGA등을 비롯한 동물보호단체들을 중심으로 민간차원의 악어보호운동이 활발하게 일고 있다.
최근 「악어 카를로스」란 작전명으로 실시된 악어보호작전에 따라 각 지역 농장에서 사육되고 있는 흑색악어들은 볼리비아의 산 보르자 야생 삼림지대로 공수되는 등 생태계 확보와 남획방지책 마련을 위한 시도가 본격화 되고 있는 것이다.
악어보호운동의 의의는 단순히 악어종족보호라는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악어가 줄어들자 악어의 주식인 피라냐가 급증한 것.
이 피라냐는 원주민의 주요 식량인 물고기를 마구 잡아먹는 바람에 원주민의 생활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뿐만 아니라 때때로 사람을 습격,인육을 먹기도 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김국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