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규 엄호 나선 한나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한나라당이 30일 국가정보원을 엄호하고 나섰다. 386세대 간첩단 의혹 사건을 터뜨린 국정원이 '386 정권 실세'들에게서 외압을 받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왕따를 당했다" "미운 오리가 됐다" 같은 표현까지 써가며 김승규 국정원장을 감쌌다.

강재섭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간첩 혐의를 받는 386세대들이 평택 미군기지 건설 반대 집회 등의 배후에서 반미감정을 부추긴 것으로 드러났다"며 "최근 감상적인 대북관이 기승을 부린 것이 우연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북한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이번 사건 수사까지 흐지부지해서는 안 된다"며 "김 원장의 거취를 처리하면서도 다른 의혹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번 사건의 수사가 종결될 때까진 김 원장을 유임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한 번 더 강조한 것이다.

국정원의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 출신 정형근 최고위원도 "그간 김 원장은 전시작전통제권 단독행사나 북한 핵실험 이후 금강산 관광 문제 등에서 정부 핵심세력들과 충돌해 왕따를 당하고 미운 오리가 됐다"며 "본인은 사명감을 가지고 원장직을 수행하려 하는데 경질되게 생겼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쟁 중엔 장수를 바꾸지 않는 법"이라며 김 원장의 유임을 촉구했다.

9일 북한이 핵실험을 한 직후 한나라당은 김 원장을 포함한 외교.안보 책임자들의 총사퇴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전쟁 중엔 말을 갈아타는 게 아니다"고 하자 한나라당은 "뛰지 못하는 말은 전쟁 중에라도 바꿔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20여일 만에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입장이 뒤바뀐 셈이다.

남궁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