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타개의 우선 순위(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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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와 여당은 오는 정기국회에서 국회의원선거법을 개정할 방침이라고 한다. 개정방향의 골자는 현행 일부 선거구의 분구조정및 전국구 축소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여권의 국회의원선거법 개정방침에 대해서 그 현실적 필요성은 인정한다. 그리고 그것이 국회의원직을 총사퇴한 야권의 국회복귀를 위한 유인책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도 이해가 간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권수뇌부가 파행정국의 정상화 방안의 하나로 고작 의원 수만 더 늘리는 선거법 개정방침에 비중을 두고 있는 듯한 모습에 대해 적이 실망하고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국내외 정세의 긴박함에 비추어 국가적 과제를 뒤로 미루고 의원 개개인과 정당의 이해에 비중이 두어지는 선거법 개정방침을 들고 나오는 것이 과연 온당한 우선순위냐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ㆍ여당은 국내 정치의 파행상태를 야기한 근본적 문제에 대한 자기성찰과 치유책에는 등한한 채 여야간에 또 다른 분란의 소지만 증폭하게 할 수도 있는 이 문제를 먼저 제기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국민상대의 정치를 할 생각은 않고 자기들 이해에 직결되는 쟁점을 우선적으로 들고 나오지 않았느냐는 의문을 갖게 한다.
바로 그 의도가 거꾸로 국회를 떠난 야권의원들로 하여금 빠른 시일안에 국회에 등원하도록 하는 하나의 방편을 제공할 수도 있다는 여권수뇌부의 고육지책적 판단이라 하더라도 석연치 못한 감은 지울 수 없다.
국회의원선거법의 개정 필요성은 부인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는 하다.
지난 총선이후 인구이동의 결과로 야기된 지역구간 인구편차에 의한 지역구 조정은 여권의 지적처럼 다음 총선 준비작업으로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또 헌법재판소는 작년 9월 기탁금제도와 기탁금 국가귀속제도를 각각 규정한 국회의원선거법 제33,34조가 「헌법과 불합치」하다는 이유로 91년 5월까지 동법을 개정토록 하라고 판결했다.
작년 봄의 동해재선이후 중앙선관위도 89년6월 국회에 동법개정 필요성을 제기,구체적 개선안까지 제출한 적이 있을 만큼 선거법이 헌법정신이나 현실과 유리된 조항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선거법개정을 현안으로 부각시킬 때인가에는 회의하지 않을 수 없다. 내외의 밀려드는 중대현안을 감안한다면 일의 처리에는 완급을 가려 대처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여권이 선거법 개정문제를 국회정상화를 위한 유인책으로 삼고 있다면 몇가지 선결사항에 대한 명쾌한 입장과 방향을 천명함으로써 사퇴의원들에게 성실한 국회정상화 의도를 보여줘야 한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각제 개헌및 지자제실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
이에따라 선거구제도에 대한 여야간의 검토와 논의가 될 수 있는 여지가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현실상 정당의 지역당화 현상의 심화를 막는 방안도 지자제실시와 연관해 깊이 있게 논의돼야 할 사항이다.
따라서 여권은 이들 의문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 후 야권과 진지한 협상과 절충을 통행 정국을 타개해 나갈 계기를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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