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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B 사업권 노려 … '의문'의 공개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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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친북 좌파 이념의 신봉자인가, 아니면 첨단 정보기술(IT) 업계의 최전선에서 돈벌이에 골몰했던 사업가인가.

고정간첩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재미동포 장민호(44.구속.사진)씨의 최근 행적을 둘러싸고 그의 '두 얼굴'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29일 IT업계에 따르면 장씨는 지난해 지상파 DMB(디지털 이동멀디미디어 방송) 사업권을 확보하기 위해 컨소시엄까지 구성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장씨는 2004년부터 코스닥 등록업체인 K사의 관계사 사장으로 있으면서 K사가 주도하던 DMB 컨소시엄의 사업단장을 맡아 DMB 사업권 확보에 뛰어들었다.

이 컨소시엄에는 영화배급사 S사, 애니메이션 업체 D사, 인터넷 콘텐트 업체인 N사, 신문사 N사, 인터넷 언론사 P사 등 콘텐트 회사들을 위주로 40여 개 업체가 참여했다. 장씨의 컨소시엄에는 한 시민단체도 참여했다. 하지만 장씨가 주도한 컨소시엄은 지난해 3월 방송위원회가 선정한 최종 사업자 심사에서 탈락했다.

수도권 사업권 확보에 실패한 장씨는 그 후에도 지역 DMB 사업권을 따기 위해 한 지역방송사와 포괄적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활동을 이어갔다.

국가정보원의 주장처럼 장씨가 고정간첩이라면 그는 왜 DMB 사업을 따려고 했을까.

DMB 단말기 제조회사 관계자는 "DMB 단말기 제작 기술은 별로 어렵지 않아 현재도 DMB 제조 중소업체들이 난립해있다"며 "DMB 사업이 돈이 될 것이라는 사업적 판단에 의해 추진했거나 DMB 방송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DMB 업계 다른 관계자는 "흔히 고정간첩이라고 하면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으면서 '암약'하는 존재들인데, 장씨의 경우 컨소시엄 단장까지 맡으면서 드러내놓고 적극적으로 활동했다는 점에서 참 특이하다"고 말했다.

서경호 기자

◆ 장민호씨는=성균관대를 중퇴한 뒤 1982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친북인사 김모씨에게 포섭돼 89~99년 최소한 세 차례 북한을 방문, 간첩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주한미군 신분으로 미군 용산기지 등에서 복무하기도 했던 그는 99년 귀국, IT업계에서 일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일심회'를 조직해 각종 국내 정보를 북한으로 보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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