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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점거해야 이슈 된다" … 시위 주최 측 생각이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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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8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선 색다른 집회가 열렸다. '대학로 문화발전위원회'주최로 한국음식업중앙회 종로구지회, 종로구 주민자치위원회 소속 회원 300여 명이 모여 '대학로 문화지구 집회.시위 근절을 위한 캠페인'을 벌인 것. 대학로는 지난해 170여 건, 올해는 이달까지 140여 건의 집회가 열리는 등 일년 중 절반 정도를 교통 체증과 소음에 시달렸다. 참다못한 대학로 주민.상인들이 나선 것이다. 대학로 문화발전위원회 황금연 사무총장은 "이곳 상인들은 큰 집회가 열리는 날에는 평소보다 매출이 20~30%는 떨어지고, 시위대가 어지럽힌 거리 청소까지 해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규모 도심 집회는 교통 혼잡과 많은 경제적 피해를 야기하지만 다음달에도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가 줄줄이 예고된 상태다. 다음달 12일 민주노총 덤프연대가 마로니에 공원에서, 금속노조가 종묘공원에서 집회를 연다. 22일에는 전교조 연가투쟁으로 광화문 일대에 1만 명이 모인다.

?대안은 없나=경찰은 일단 집회 중 신고 내용을 벗어난 행위에 대해 처벌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한강변 등 교통 체증을 유발하지 않는 곳에 시위전용구역을 정하고, 집회는 허용하되 행진은 가급적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시위대의 호응이 약한 게 문제다. 시위전용구역을 설정하자는 경찰의 방안에 대해 많은 사회단체에선 "외진 곳에서 집회를 하면 우리의 뜻을 널리 알릴 수 없다"고 반대해 진전이 없는 상태다. 관성적인 집회.시위 문화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경찰 관계자는 "도로를 점거해야만 이슈가 된다는 주최 측의 인식이 문제"라며 "시의회에서 집회에 대해 교통부담금을 물리는 조례라도 통과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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