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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빠른 커브에"자신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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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국 야구의 꿈이 우완 정통파 정민태(21·한양대 3년)의 급성장에 힘입어 보랏빛으로 바뀌고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아마추어 야구의 최강자 쿠바의 4연패로 지난 22일 막을 내린 제31회 세계 야구 선수권대회(캐나다)에서 한국이 기대이상으로 분전, 당당 3위를 차지하는데는 에이스 정민태의 눈부신 활약에 힘입은 것이었다.
정은 대 미국전 1승을 포함, 대회기간 중 한국이 거둔 5승 중 3승(1패1세이브)을 따내 다승 2위, 방어율 5위(2·02)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어떤 타자와도 맞 대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쿠바 같은 경우도 나를 비롯한 우리투수가 3점 정도로 막을 수 있다는 자신을 갖게 됐습니다. 게다가 자신들이 최강이라는 타성에 젖은 탓인지 쿠바는 선제점만 허용하면 당황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동산고 출신으로 1m84cm, 80㎏의 당당한 체격의 정은「뒤끝이 무르다」는 그 동안의 평가를 무색하게 하는 당당한 모습으로 변해있다.
빠른 직구와 커브가 주무기인 정은 이 대회에서는 슬라이더를 집중적으로 구사,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솟아오르는 볼(커브 빠르기가 시속 1백25㎞이상이 돼야만 포수 글러브 앞에서 다시 살아난다고 알려져 있음)을 변화구와 섞어 던져 한층 위력을 발휘했기 때문.
실제로 세계선수권을 지켜본 뉴욕 양키스·토론토 블루제이스 등의 스카우트들이 접촉을 시도, 정을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로 끌어들이려 시도를 해왔다.
이들은 정의 직구빠르기는 1백40∼1백47㎞로 메이저리그에서는 보통수준에 속하나 이보다 중요한 커브 빠르기가 1백28∼1백30㎞를 기록, 상위권에 속한다는데 매력을 느끼고 있다.
특히 블루제이스 같은 팀에서는 스카우트인 웨인 모건을 통해 계약금 30만 달러(한화 약2억1천만원)에 캐나다 대학으로 편입학을 시켜주겠다는 구체적인 조건까지 제시하기도 했다.
문제는 정의 메이저리그 진출여부가 아니라 확실한 트리플A급 선수로까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
정의 이 같은 성장으로 야구가 처음으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정상 등정의 유일한 기회로 삼는 한국야구에 마치 적시안타와도 같은 존재가 된 셈이다.
미국·일본·대만 등 태평양 연안국을 중심으로 성행해온 야구가 올림픽을 계기로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 서유럽 등에서도 급격한 발전을 이룰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은 지난해 제2회 IBA(국제 야구 연맹)회장배 대회(대만)에서 우승을 차지했을 때 주역이었던 좌완 구대성(구대성·22·한양대 2년)과 쌍벽을 이루는 또 한 명의 에이스를 갖게 된 셈이다. <김인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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