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진기자의오토포커스] '제트기 회사' 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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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일본 혼다자동차 직원들에게 '어떤 회사냐'라고 물으면 주저 없이 '이동(모빌리티)을 위한 기술 회사'라고 답합니다. 혼다의 정확한 회사 이름은 '혼다기켄코교(本田技硏工業)'입니다. 기술을 연구하는 기업이라는 뜻이죠.

혼다는 이달 초 자회사인 '혼다 에어크래프트'가 제트기 사업을 시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10인승 소형 제트기를 만든 것입니다.이 제트기의 대당 가격은 365만 달러(약 32억원)로 책정됐습니다. 2010년까지 연간 70대를 만들 계획이라고 합니다. 혼다의 비행기 연구는 1986년부터 시작했고, 2003년 제트기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일본 시즈오카현에서 자동차 수리점으로 출발한 혼다는 48년 자전거에 엔진을 단 오토바이 만드는 회사가 됐습니다. 62년에는 자동차 산업에 진출했고, 2000년에는 세계 최초로 인간형 로봇 '아시모'를 내놨지요. 혼다의 창업자인 혼다 소이치로(本田宗一郞.1906~91)는 처음부터 비행기 회사를 꿈꿨다고 합니다. 스패너를 들고 잠을 잘 정도로 천생이 기술자였던 그는 기술 개발이 더디면 스패너를 내던지는 것은 예사였고 직원을 혼내기도 했습니다. 또 며칠 밤을 꼬박 세우고 대취하는 날이 많았다고 합니다. 일에 몰두한 나머지 가정은 엉망이었지요. 그는 줄곧 직원들에게 "회사보다 자신을 위해 일하라"고 당부했습니다. 기술자는 즐겁게 일해야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한다고 믿었던 겁니다. 매년 실수를 많이한 직원을 뽑아 표창하기도 했습니다. 혼다의 제트도 이런 상상력과 창의력, 그리고 기술의 결합체입니다. 후쿠이 다케오(福井威夫) 사장은 "항공기에 대한 혼다의 열정이 제트기로 이어졌다"며 "혼다 제트는 우리의 가치와 도전이 만들어낸 산물"이라고 주장합니다. 전임 사장인 요시노 히로유키(吉野浩行)는 혼다가 비행기 제조회사가 될 것으로 믿고 입사했다고 합니다. 60년 일본 최고 명문대학인 도쿄대 기계과를 졸업한 그는뜻밖에 당시 작은 오토바이 회사에 불과한 혼다에 들어갔습니다. 비행기를 만들겠다는 소이치로의 꿈에 끌린 것이죠.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군의 일본 공습으로 가족을 잃기도 했습니다. 일본의 하늘을 맘껏 유린한 미군의 폭격을 보면서 "꼭 저 비행기를 능가하는 항공기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고 합니다. 참고로 혼다는 이공계 출신만 사장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혼다의 불문율입니다. 이제 혼다는 제트기를 팝니다. 소이치로와 요시노의 꿈이 이뤄진 것이죠. 푸른 하늘 위로 날렵하게 이륙하는 소형 제트기를 저승에서 보며 기뻐할 소이치로 회장의 얼굴이 그려집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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