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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가 골프로 「인종문제」재연(특파원코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미 「흑인사절」 골프장서 대회 말썽/가 땅뺏긴 인디언들 거센 반발
골프가 한국에서 과소비ㆍ계층간 위화감ㆍ농지잠식ㆍ농약문제 등으로 말썽이 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ㆍ캐나다에선 인종문제와 인디언들의 영토권 주장과 엇물리는 정치ㆍ사회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미국에선 인종에 관계없이 골프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사설 골프장들의 흑인차별문제가 등장,해묵은 흑백인종 갈등을 재연시키고 있고 캐나다에선 인디언 보호지역에 골프장 증설계획이 인디언들의 옛땅 소유권 주장으로까지 번져 캐나다의 국가형성까지 거슬러가는 역사논쟁으로 떠들썩한 사태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골프장에서의 인종차별 문제는 미국 4대 골프대회의 하나인 미 프로골프협회 챔피언대회가 지난 9∼12일사이 흑인회원을 받아들이지 않은 한 사설골프장에서 열림에 따라 발단됐다.
흑인들은 골프장에는 영예가 될 주요 골프대회가 인종차별을 하는 골프장에서 열리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며 미 프로골프협회에 장소변경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문제를 악화시킨 것은 이같은 흑인들의 반대로 문제가 된 앨라배마주 버밍햄의 숄 크릭 컨트리클럽 창업자이자 회장인 홀 톰슨씨가 『흑인외엔 어떤 차별도 없다』며 「백인회원」방침을 바꿀 의사가 없음을 천명한 것이다.
그의 발언이 알려지자 흑인민권단체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대회기간 동안 골프장 주변에서의 시위를 계획하고 미 언론들은 골프장에서의 인종차별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흑인들의 거센 반발은 IBMㆍ포드ㆍ도요타ㆍ혼다 등 4개 회사들이 이 대회를 중계하는 ABC­TV와의 대회중계 방송광고 계약을 취소토록 만들었다.
1만3천7백38개에 달하는 미 골프장은 마을이나 면단위ㆍ지방정부 등이 운영하는 공공골프장과 개인이나 기업들이 운영하는 사설골프장으로 나뉘어 있다.
공공골프장은 인종에 관계없이 누구나 출입이 가능하나 회원제로 운영되는 사설골프장은 회원가입이 기존 회원들의 동의나 규칙에 따라 허용된다.
일부 골프장들이 골프광인 일본 비즈니스맨들의 미 진출로 문호를 일부 개방했지만 대부분의 사설 골프장들은 옛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돈을 벌어 골프를 칠 수 있는 흑인들의 신규회원 가입은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60년대 민권투쟁을 통해 사회 여러분야에서 인종차별의 벽을 허물어온 흑인들은 이번 기회를 인종차별의 장벽이 남아있는 마지막 「악의 장소」를 없애는 최대의 기회로 삼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골프장 증설을 둘러싼 캐나다 정부와 인디언간의 갈등은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심각한 영향을 캐나다 장래에 미칠 사태로 발전하고 있다.
퀘벡주의 오카시가 인디언 보존지역에 골프장 증설을 계획하며 발단된 이 사태는 인디언들에 의한 경찰관 살해와 옛 인디언 영토회복 운동으로 번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 지역의 모호크 인디언들은 오카시의 골프장 증설계획이 인디언 선조들의 묘지를 포함하고 있어 인디언들에 대한 모욕이자 영토침범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인디언들은 북미대륙이 자신들의 영토라는 「원시주권」을 주장하며 이의 반환을 요구해 왔다.
골프장 증설계획이 어떻게 결말이 나든 서양인들의 이민 후 몇개 보호구역에 몰려 사는 인디언들의 수동적 인내의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것이 인디언지도자들의 결의다.
건국 초기 인디언 정복이나 흑인차별문제는 캐나다나 미국이 결코 거론되길 원치않는 과거의 어두운 역사들이다.
그러나 이같은 검은 역사가 신사들의 운동과 사교의 상징인 골프때문에 다시금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뉴욕=박준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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