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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곡 가루 섞어 쌀 모양으로 만든 「옥쌀」|우리에게 생소한 「북한의 독특한 것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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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북한은 지난 분단 45년 동안 「독자적인 사회주의」의 길을 걸어왔다. 그 과정에서 우리와는 전혀 다른 정치·경제 체제가 만들어 졌을 뿐 아니라 주민의 일상 생활 속에도 독특한 것들이 많이 생겨났다. 북한 사회를 총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한 사회의 특성인 「수령」 「주체 사상」 「당 유일 지도 체제」 「혁명적 군중 로선」 등 못지 않게 「비날론」 「옥쌀」 등 일상 생활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것들도 알아볼 가치가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북한 사회의 독특한 것들을 알아본다.

<산업 부문>개펄 광물질 이용한 진흙탄-니탄
▲비날론=「비날론」은 일제하인 39년 이승기 박사가 발명한 합성섬유다. 원료는 북한 지역에 산재해 있는 석회석과 무연탄이다. 북한에서는 61년5월에 5만t 능력의 「2·8 비날론 연합 기업소」가 완공돼 세계 최초로 비날론 생산에 돌입했다. 현재 부분적으로 조업중인 순천 비날론 연합 기업소는 북한 최대의 화학 공업 기지로 알려져 있다.
비날론은 일반 면이나 스프 (인조 견사의 일종) 계열 섬유보다 인장 강도가 훨씬 강하다. 특히 마모 강도는 면과 스프 계열보다 수십배 높고 나일론에 비해서도 3배나 높다. 열과 화공약품 등에도 잘 견디며 햇빛이나 바닷물에도 잘 견디는 합성섬유다. 다만 나일론처럼 얇게 뽑기는 어렵다.
비날론은 비스코스섬유·양털·면 등과 섞어 옷감천·내의류·모포 등을 만드는데 사용된다.
북한에서는 이 비날론을 「주체적인 섬유」로 자랑하면서 널리 활용하고 있다.
▲실리카리치트 벽돌=시멘트에 규사 등을 혼합한 후 알루미늄 분말로 발포시켜 판 모양으로 가공한 벽돌로 단열성·내화성이 크다. 이 벽돌은 북한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에서 최근 농촌형 주택 및 도시형 주택을 보급하면서 2층에서 7층에 이르는 조립식 주택을 지을 때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 벽돌은 주로 북한의 함흥·안주에서 생산되고 있고 신의주 근처의 비현에서도 이 벽돌 공장이 건설중이다. 돌 생산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이탄=북한 에너지원의 70%이상을 차지하는 석탄을 가능한 한 공업용으로 돌리고 가정의 연료난을 타개하기 위해 「이탄」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이것은 개펄의 유기질 광물을 이용해 개발한 일종의 진흙탄 같은 것이다.
동·서해안 일대에 이탄 원료가 널리 분포돼 있어 개발이 쉽다는 이점은 있으나 수분함유량이 높아 수분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중·소형 발전소=전력난을 겪고 있는 북한이 이를 타개하기 위한 일환으로 활발히 건설하고 있는 것이 중·소형 발전소다. 이것은 북한 전역에 산재해 있는 작은 하천에 「물레방아식 수차 발전소」를 설치한 것으로 입지조건이 유리한 함남·양강도를 비롯, 평남·강원·황북 지방에 많이 있다.

<식생활>배추 안 씻고 흙만 털어 담가-흙 김치
▲옥쌀=비교적 풍부하게 생산되는 강냉이 가루를 기본 원료로 해 밀가루 등 여러 가지 낟알가루를 섞어 쌀 모양으로 만든 것이다. 강냉이 등 낟알 가루들에다 물 (섭씨 40∼50도)을 축여 그 물기가 28∼36% 되도록 한 뒤 익힌다. 그후 50∼60%정도 익었을 때 성형기로 압출 성형하면 쌀 모양의 「옥쌀」이 만들어진다.
▲백두산 들쭉차=북한 양강도 백암군 인민병원에서 개발한 「백두산 들쭉차」는 백두산중심으로 삼지연군 일대에 분포한 들쭉나무를 원료로 한 새로운 차류다. 들쭉나무는 진달래과에 속하는 관목으로 열매의 모양과 맛은 포도와 비슷하며 당분·산성물질·비타민C·타닌 등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들쭉식품에는 들쭉차 외에도 들쭉술·들쭉단물·들쭉단묵 등이 있다.
▲흙 김치=평남 덕천 지역에서 시작되어 북한전역으로 확대된 「흙 김치」는 절임한 후 물에 씻어 양념을 하고 익혀먹는 일반김치와는 달리 물에 씻지 않고 흙만 털어 내고 담그는 방법을 쓴다.
배추와 무를 섞어 담글 때는 무를 넣고 소금을 뿌린 뒤 그 위에 갈피마다 소금을 뿌려 넣은 통배추를 서너 돌기 넣고 소금을 뿌리고 무를 넣는 식으로 독을 채운다. 이때 갓·들깨·파뿌리 등도 함께 넣는다.
무·배추가 절어 꺼져버리면 같은 방법으로 독을 채운 뒤 밀봉해 땅에 묻어 두었다가 봄철에 가공해 먹게 된다. 무의 경우 깨끗이 씻은 다음 찬물에 3∼4시간 담가두면 노란물이 우러나오는데 무를 체쳐서 먹으면 동치미 같은 시원한 맛이 난다고 한다.

<예술 분야>가야금과 서양 악기 장점 살려 현 33개의 「옥류금」 개발|
▲「피바다」식 가극=북한이 71년에 혁명가극 『피바다』를 창작하는 과정에서 만들었다는 새로운 형식의 가극. 피바다식 가극을 창작할 때는 인민성·민족적 특성·통속성을 중시하므로 전문가 위주의 종래 오페라가 지닌 한계를 극복했다는게 북한의 주장이다.
피바다식 가극에서는 절가 (가사가 여러 개의 절로 되어 있고 절마다 같은 선율을 되풀이하여 곡을 단 노래)를 가극 음악의 기본 표현수단으로 삼는다.
▲「옥류금」 민족 악기 개량=「옥류금」은 가야금과 서양 악기의 장점을 살려 민족 악기로 개발한 것이다. 이 악기는 비등변 사다리형으로 된 울림통과 그것을 받쳐주는 다리로 이뤄져 있으며 현이 33개고 발디디개와 연결된 변음 장치를 갖추고 있다. 독주에 많이 쓰이고 관현악에서는 주로 반주 부분을 맡는다.
북한에서는 5음계의 민족 악기가 지닌 연주상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서양 음악과 같은 12율 반음 체계로 악기 개량을 추진해왔다.
▲무용표기법=북한에서는 87년에 무용의 모든 동작을 기본적으로 34개의 자모를 결합시켜 표현하는 「무용표기법」을 개발해 쓰고 있다. <유영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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