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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씨, 10여명 북 공작원에 소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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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386 운동권 출신들이 간첩 의혹사건에 연루되는 과정에는 재미동포 장민호(44.구속)씨가 조직한 '일심회'가 배후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장씨는 운동권 출신 선후배의 끈끈한 인맥을 바탕으로 일심회를 만들어 각종 정보를 수집, 북한 측에 인터넷을 통해 수시로 보고했다는 게 수사당국의 분석이다.

수사당국은 장씨의 자택 압수수색에서 이정훈(43.구속) 전 민주노동당 중앙위원 등의 이름이 적힌 수첩을 확보했다. 이른바 '장민호 리스트'로 불리는 이 수첩에는 여야 국회의원 보좌관을 비롯해 노동.환경 단체 간부급 인사들이 포함돼 있어 수사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역할 분담에 따라 정보 수집=장씨는 조직원으로 포섭한 이정훈씨, 최기영(41) 민노당 사무부총장, 손정목(42.구속)씨, 이진강(43)씨에게 사회 각계의 정보 수집 업무를 맡겼다. 1997~2003년 일심회에 가입한 이정훈씨 등은 당시 출판사 운영과 인터넷 업체 근무, 정치권 활동을 통해 얻은 각종 정보를 장씨에게 전달했다고 수사당국은 밝혔다.

이정훈씨는 민노당 서울시당의 동향을, 이진강씨는 시민단체 관련 정보를 각각 장씨에게 보고했다는 것이다. 고려대 동문 사이인 두 사람은 같은 대학 출신인 열린우리당 당직자 허인회(미국 체류 중)씨를 통해 장씨를 소개받았다고 한다. 장씨의 서울 Y고교 후배인 손씨는 국내의 일반 정세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역할을 맡았다. 장씨는 "민노당에 북한의 전략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라"는 북한 측 지령을 받고 이를 최씨에게 지시했다는 게 수사당국의 설명이다. 총괄업무를 담당한 장씨는 이를 중국 내 북한 공작원을 통해 북한 측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 리스트 추적=수사당국은 일심회를 중심으로 장씨의 활동을 집중 추적하고 있다. 장씨의 집에서 압수된 수첩에는 최기영 민노당 사무부총장 등 이번에 적발된 사람들 외에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박모씨, 시민단체 소속 김모씨 등도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결과 장씨는 이정훈씨 등 386세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을 중국으로 데려가 북한 공작원들을 만나게 하는 등 대남 선전교육을 담당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국내에서 활동하면서 중국 베이징(北京).선양(瀋陽) 등지에서 현지의 북한 공작원과 접촉했으며, 지금까지 386 운동권 출신 노동.시민 단체의 간부급 10여 명을 동행해 북한 공작원에게 소개했다. 장씨를 통해 북한 공작원을 접촉한 인사들은 반미(反美)활동 등 북한의 대남 선전전략과 관련된 내용을 교육받았다는 것이다. 수사당국은 이 중 일부 인사가 북한 공작원을 통해 북한을 왕래했다는 단서를 확보, 입북 경위와 북한에서의 행적을 조사하고 있다.

김종문.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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