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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불교 유식론의 고전 판사가 현대어로 첫 번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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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불교신문 제공]

'육조단경 읽기' '반야심경.금강경 읽기'등 불교입문서를 잇달아 펴낸 김윤수(55.사진) 파주시법원판사가 이번엔 '주석 성유식론(成唯識論)'(한산암, 1022쪽, 4만원)을 냈다.

우리가 사물을 인식할 때 오직(唯) 의식(識) 내부의 대상을 인식할 뿐이지 그 인식되는 것에 상응하는 외부 대상은 없다는 '유식론'은, 직관으로 중도의 진리를 구명한다는 중관(中觀)론과 더불어 대승불교의 양대 이론이다. 그런데 불교 전문용어가 적지 않아 일반인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이번에 김 판사가 옮긴 것은 당나라 자은규기 스님의 성유식론술기(述記)가 바탕이다. 이 책은 애초 5세기경 세친(世親) 스님이 유식론의 뼈대를 30수의 게송(偈頌)으로 읊은 것에, 나탄 등 10대 논사가 주석한 것을 한역(漢譯)한 것이다. 유식론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데 가장 적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판사는 "유식론을 잘 알아서 옮긴 것이 아니라 제대로 알고 싶어 공부하다가 이 자료를 만나 다른 이들에게도 필요하겠다 싶어 용기를 냈다"고 겸양을 보였다. 하지만 불교계는 "논서와 주석서를 우리 말로 옮기고 방대한 내용을 각주 식으로 꼼꼼하게 엮어낸 것은 전문 학자들도 하기 어려운 것"(대한불교진흥원 신진욱 법사) 이라며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다.

그가 불교를 접한 것은 1990년 변호사 시절. 절에서 고시 공부할 때도 불교에 관심이 없었는데 우연히 윤회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였다. '윤회가 사실이라면 내가 그린 삶의 그림이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건가'하는 생각에 불교를 파고들었다. 그리고 불교는 과학적이며 그 가르침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삶의 많은 괴로움을 덜어준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했다.

그는 일반인을 위한 불교공부 자료가 아쉽다는 생각에 7~8년 전부터 책을 쓰기 시작했다. 당연히 쉽지 않았다. 한학은 어찌어찌 독학했지만 불경과 주석서, 한글 번역서를 대조하는 일은 웬만한 불교 지식으론 소화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번 책의 기획에서 교정을 마치기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

김 판사는 "불교 전체를 관통하면서 최대한 쉽게 풀어쓴 입문서를 다시 써볼까 한다"며 의욕을 다졌다. 그의 열정과 끈기가 어떤 열매를 맺을지 주목된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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