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첫 포성과 인질방패(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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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동사태가 장기화될 전망을 보이는 가운데 「인질전쟁」 「경고사격」등 우려되는 요인들이 늘어가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행 선박에 경고 사격을 가했고,이라크는 그들대로 외국인을 인의 방패막이로 이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앞으로 국제사회의 평화를 위해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을 굴복시켜야 할 이유와 필요성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더욱 분명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라크가 처음 쿠웨이트를 침공했을 당시는 힘센 나라가 약한 나라를 무력으로 점령했다는 어처구니 없는 사실,이를 방치했을 경우 있을지 모를 또 다른 군사모험주의에 대한 경계,석유의 안정적 공급 위협에 대처해야 한다는 것등이 1차적으로 국제적 제재에 나설 수 있게 한 정당성이었다.
그러나 지난 20일 가까이 우리가 보아온 이 지역 긴장 증폭의 과정은 이라크의 행위를 반드시 원상복귀 상황으로 되돌려 놓아야 할 필요성을 더욱 절감케 하고 있다.
일치된 국제여론을 등에 업은 유엔 안보리의 경제제재 결의,미국을 중심으로 한 다국적군의 증강과 해상봉쇄에 대응해 이라크측은 문명된 사회서는 상상할 수 없는 가장 야만적인 수단으로 인간의 도덕성과 존엄성에 도전하고 있다.
제2의 핵무기로까지 일컬어지며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는 화학무기로 위협하다가 이제는 무고한 외국 민간인까지 인질로 잡아 무기처럼 이용하려 하고 있다.
이라크가 이같은 수단을 동원해서까지 궁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는 것이 입증되도록 국제사회는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수단을 사용해서라도 부도덕한 무력침략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다면 그런 행위는 다른 곳으로 확산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라크를 제재하는 수단은 마지막 순간까지 평화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믿음이다. 동서진영의 협조체제가 이루어지고 냉전체제가 와해된 이후,최초의 국제적인 위기를 전쟁 아닌 평화수단으로 확립했다는 선례를 이번에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라크에 대한 압박은 앞으로도 공격적이기 보다는 협상테이블로 나오도록 유도하는데 집중되기를 우리는 희망한다. 자칫 무력충돌이 일어난다면 이는 아직 이라크에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아랍민족주의를 자극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있으며 이는 결국 이라크를 제재하기 위한 주요한 목표중의 하나였던 석유의 안정된 공급은 걷잡을 수 없이 혼란상태를 보이게 될 것이다.
따라서 어느 특정국가가 주도적으로 이런 제재에 나서는 데서 오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 국제적인 협력과 유엔을 중심으로 한 중재노력이 강화되고 존중되기를 우리는 강력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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