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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그룹 직장인이 밝힌 '나의 재테크'] "돈 있으면 부동산 투자" 6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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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10년차 직장인인 K과장(36)은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재테크 수단으로 부동산이 최고이고, 주식은 하면 할수록 손해"라는 '재테크 법칙'을 갖게 됐다.

그는 1999년 분양권을 1억5천만원에 구입해 서울 답십리에 30평짜리 아파트 한 채를 소유하게 됐다. 이 아파트는 그간 값이 올라 현재 2억6천만~2억8천만원을 호가한다. 몇년 새 부동산 투자로 1억원 이상을 번 셈이다.

반면 같은 해 시작한 주식 투자에서는 큰 손실을 봤다. 그는 5천만원을 갖고 처음에는 우량주 중심으로 투자해 수익을 올렸다. 그러자 자신감이 생겨 투자 위험이 크다는 저가주 등으로 대상 종목을 늘렸다. 이후 주가가 떨어져 지난해에는 원금까지 다 까먹고 손을 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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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투기 억제 대책을 펴고 있지만 직장인들은 최고의 재테크 수단으로 '부동산'을 꼽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본지가 최근 현대경제연구원과 공동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 집단 지정 30대 그룹(9월 말 현재) 임직원 4백13명을 대상으로 '직장인 재테크'설문 조사를 한 결과 밝혀졌다.

◇부동산서 벌고, 주식서 손해=이 조사에서 직장인 10명 중 7명(67.4%)은 향후 재테크 방법으로 부동산 투자를 꼽았고 ▶주식 투자(12.5%) ▶정기적금(11.5%)은 10%대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 하고 있는 재테크 방법(중복응답)으로는 예금.적금(56.4%)이 가장 많고, 주식 투자(44.8%), 보험(35.4%), 부동산(32.9%) 등의 순이었다. 나이.직위가 높아질수록 예금.적금의 비율은 낮아지는 반면 부동산 투자 비중은 커지는 특징을 보였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현재는 부동산 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향후 '종자돈'이 마련되면 이에 뛰어들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 재테크 자금 규모'를 묻는 질문에 직장인들은 부동산에 1억3천4백40만원이 들어가 있고, 예금.적금엔 4천2백60만원 ▶주식 투자엔 3천90만원이 투자됐다고 답했다.

부동산 투자는 10명 중 8명이 수익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주식 투자는 응답자의 52.7%가 손해를 보고 있다고 답했다. 손해액은 과장.차장급(58.1%)이 가장 높았다. 이들 중 26.5%는 손해액이 마이너스 30% 이상이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유병규 경제본부장은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투기 억제책을 내놓고 있음에도 직장인들은 과거의 경험 등에 비춰 향후의 부동산 값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가 큰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후 자금은 10억원=직장인들의 절반(49.6%)은 안정된 노후 생활을 위해서는 1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나이.직위.근무 연수 등에 상관없이 비슷했다. 임원급(52.6%).부장급(51.9%), 과.차장급(50.7%), 사원.대리급(43%)의 절반가량이 이같이 답했다. 10억원을 모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선 자녀의 교육과 결혼 비용, 부부의 정년 후 생활 등에 이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외환은행의 박윤옥 프라이빗뱅킹(PB)팀장은 "직장인들도 예금과 주식.부동산 투자를 적절히 활용하면 10억원 만들기가 불가능하지는 않다"며 "다만 중간 목표(1억, 3억, 5억원 등)를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공기업 직장인이 재산 많아=5억원 이상의 재산을 갖고 있는 직장인의 비율은 공기업이 23.3%, 민간기업이 19.5%였다. 3억원 이상의 재산 소유자도 공기업은 53.8%, 민간기업은 46.7%다.

직장인들의 현재 재산은 1억~2억원이 30.4%로 가장 많았고, ▶3억~4억원(28.1%) ▶5천만~1억원(20.4%) ▶5억~6억원(12.6%) 등의 순이었다.

한국전력의 L과장은 "공기업 직원들은 투자 위험이 큰 주식 투자보다는 부동산 투자를 선호하는 등 성향 자체가 민간 대기업보다 안정 지향적"이라고 말했다.

◇임금 피크제에 찬성='현재 급여 수준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서는 ▶대체로 만족한다(36.4%) ▶불만족(32.5%) ▶무관심(28.4%) 순으로 나타났다. 임원의 경우는 '대체로 만족한다'가 과반수를 차지해 가장 높았다.

이는 임원이 돼야 경제적.사회적으로 만족할 만한 대우를 받고, 나이로 인해 다른 직장을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기 일에 대한 만족을 느끼려고 스스로 노력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생계 안정과 노후 대비를 위해서는 '임금 피크제 등을 통한 정년 보장 및 연장'이 32.5%로 가장 높았다. 이어 '고령자 일자리 마련(27.3%) ▶다양한 노후 보장 상품 개발(18.5%)이 뒤를 이었다.

한편 과장.차장급으로 근무 연수가 11~15년의 직원들은 정년에 대한 불안감이 커 다단계 판매업 등 부업을 많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시래.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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