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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위미술과 성(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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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에로티시즘이라는 말은 심리학자 프로이트가 그의 정신분석학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다. 그는 에로스를 에너지의 하나로 이해하고,그 목적은 생명을 보전하고,추진하는 본능이라고 했다.
요즘 서울 금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김용문씨의 『성두향제』(22일까지)라는 토우작품전은 우선 전시장에 들어서면 그 에로틱한 분위기로 압도당하게 된다. 진흙으로 빚은 남녀의 성기나 어떤 행위는 비록 예술작품이긴 하지만 첫눈에 보기엔 민망하고,또 그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한참 망설이게 된다.
김용문씨는 토우를 만드는 「작가」임엔 틀림없지만 그 앞엔 「행위」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그는 단순히 토우만을 빚어 전시장에 내놓은 것이 아니고,「행위 미술가」로서 그와 연관한 어떤 퍼포먼스까지 연출해 작품의 의미를 추가하고 해석하려고 했다.
이번 성두향제 전시회를 열면서도 그는 전시장 한쪽에 풍물패를 불러들여 북치고 장구치며 법석을 떨었다. 전례악을 들려주는가 하면,살풀이 굿도 했다. 그 자신이 춤도 추었다. 예술을 아끼는 마음과 그것을 이해하려는 노력없이는 모두가 정상이 아닌 짓거리로 보인다.
원래 토우는 우리가 밟고 사는 진흙의 질감 그대로를 가지고 어떤 형상을 빚어 원시적인 원형의 미를 추구하려는 창작이다. 필경 작가가 사향이라는 조선조시대의 여성을 통해 성을 주제로 토우를 만든 것은 때묻지 않은 성에 대한 탐미같기도 하다.
16세기 중엽 시골 관기였던 사향은 1558년 이황이 단양군수로 있을 무렵 그의 수발을 들었었다. 그러나 그와 잠자리를 함께 한 일은 없었다고 한다. 김용문씨는 비록 에로틱한 토우들을 만들어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지만 그의 숨은 메시지는 그게 아닌 것 같다.
그는 신문인터뷰에서 『현대인의 성은 어느덧 서구화되어 문란하고,폭력적이 되고 말았다』고 개탄했다. 『서양의 성은 밖으로 드러내는 것이라면,동양의 성은 안으로 감추는 것이 원래의 모습』이라는 말도 했다. 다시금 그의 작품들을 유심히 들여다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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