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 달러화 다시 내리막길/중동사태 세계외환시장 교란(해외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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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미국의 경기전망 비관적/엔ㆍ마르크는 강세… 미 이자율 인하할듯
페르시아만위기로 한때 상승세를 보였던 미달러화가 위기가 한고비를 넘기며 장기화조짐을 보임에 따라 세계주요통화에 대해 연일 약세를 보이고 있다.
미달러화는 14일 뉴욕시장에서 전후 서독의 마르크화가 생긴이래 최저기록인 달러당 1.5635마르크를 기록했고 16일엔 일본의 엔화에 대해서도 전날의 달러당 1백48.85엔에서 1백47.85엔으로 하락했다.
다른 주요외환에 대해서도 일제히 값이 떨어졌다.
이날 미연방준비은행의 달러화 가치지수(10개국 화폐에 대한 지수)는 86.43을 기록,전날보다 0.68포인트가 내렸다. 1년전이 지수는 101.15였다.
이같은 달러값하락은 페만위기 발생직후 국제투자가들이 흔히 위기를 맞아 그러하듯 달러화매입에 나섰다가 위기가 일단 가시자 페만의 위기보다는 미국의 경기후퇴에 더 관심을 갖게됐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미금융시장의 외환전문가들은 달러값이 앞으로 얼마나 더 떨어질지는 유가의 향방과 이에 따른 일본에의 영향등 불확실한 요인이 많아 아직 확실히 예측할 수 없으나 미 국내경제문제 때문에 더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이들은 미국경제가 이미 후퇴기에 접어들었거나 후퇴기에 가까이 와있는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미연방준비제도 이사회도 8일 중동위기전부터 미 경제가 「슬럼프 상태」에 있었음을 인정했다.
이같은 경기후퇴기에 페만위기로 인한 유가상승은 올들어 이미 5%를 넘어선 인플레이션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며 이는 다시 이자율이 내릴 것이란 기대를 높여주고 있다고 켐퍼파이낸셜 서비스사의 데이비드 해일 수석연구관은 내다봤다.
여기에 페만에서의 군사작전은 올해 미국의 예산적자를 기록적인 3천억달러로 늘릴 가능성이 크다고 그는 지적한다.
뉴욕의 외환전문가 닉터폴스씨는 다음달께 미연준이 이자율을 내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서방선진 7개국 모두가 나름대로 문제를 안고 있어 달러화안정을 기하기 위한 협조를 할 수 없다는 점도 달러화 약세의 또다른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예로 동독과의 통일로 인플레이션을 크게 우려해 온 서독은 유가 상승까지 겹쳐 마르크화의 강세를 바라고 있다.
서독은 곧 성장과 인플레이션을 둔화시키기 위해 이자율을 높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 또한 휘청거리는 금융시장을 안정시켜 해외투자로 빠져나가는 돈을 줄이기 위해 엔화의 강세를 바라고 있는것으로 외환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일본은 이미 미국과 거의 같은 수준의 이자율을 곧 다시 올릴것을 강력히 시사해왔다.
이같은 요인때문에 달러화는 일본의 엔화나 서독의 마르크화에 대해 더 약세를 보일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달러화가 대마르크화보다 일본엔화에 대한 하락폭이 적은 것은 전량 수입 석유에 의존하는 일본경제가 앞으로 페만위기의 향방에 따른 불확실성이 너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뉴욕=박준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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