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복원안 중지 모아야/다른 주변산 보호에도 열성을(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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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갖가지 건물과 시설들로 훼손되고 잠식돼 시민들을 서글프고 안타깝게 했던 서울의 남산이 제 모습을 되찾게 되었다는 것은 대단히 반가운 소식이다. 남산은 비단 서울시민만의 것이지는 않다. 그것은 애국가의 가사에도 등장하듯 전국민의 마음의 공원이자 조선조이래 국민정서의 표상이 되어왔다. 일제가 신궁과 왜인촌등을 굳이 남산에 지었던 것도 바로 그를 훼손하고 파괴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 남산을 우리들은 주로 60,70년대의 개발시기부터 우리들 스스로의 손으로 파괴하고 상처를 입혀왔다. 그로인해 17일 발표된 서울시의 「남산 제모습찾기 사업계획」으로도 예전의 모습을 완전히 되찾기는 불가능하게 돼버렸다. 그러나 계획된 이전과 철거만이라도 제대로 추진된다면 그 상처를 크게 아물릴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서울처럼 천혜의 조건을 갖춘 수도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기 어렵다. 사방에 시민들이 걸어서라도 갈 수 있는 산이 있고 도시 한복판으로는 큰 강이 굽이치고 있다. 잘 가꾸고 보호하기만 한다면 세계로부터도 경탄과 부러움을 살 만한 아름답고 쾌적한 도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번 서울시의 발표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그렇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고 따라서 백년대계 아래 세워져야 할 복원계획이 아무런 예고도,널리 중지를 모음도 없이 독단적으로 수립돼 어느 날 갑자기 발표됐다는 점이다. 과연 이래도 좋은가.
서울시가 발표한 시설계획중에도 물론 좋은 안도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어찌됐든 모처럼의 좋은 기회이고 따라서 이 기회에 백년,2백년이 지나도 문제가 없을 복원사업을 펼치려면 마땅히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두루 구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전혀 후회가 없을 계획을 세워야 할 게 아닌가.
이전대상 기관들에도 한마디 사전협의조차 없었다는 걸 보면 서둘러 치적이라도 남기려는 업적주의에 급급한 듯한 의심마저 들게 한다.
그러한 느낌은 대통령으로부터 복원지시를 받은 게 지난 6월27일인데 정작 서울시 한편에선 한창 복원계획을 마련중인 지난 7월중에 양동에다가 토개공의 21층짜리 재개발빌딩 신축허가를 내주었다는 데서 더 강해진다.
그런 서울시가 앞으로는 주변지역 고층건물의 신ㆍ증축은 억제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앞뒤가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과연 앞으로 신ㆍ증축을 억제할는지 그 의지에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말이 나온 김에 관련된 다른 문제도 제기하자면 보존과 복원의 필요성이 시급하고 절실한 것이 어디 남산뿐인가.
서울 주위를 둘러싼 모든 산이 하나같이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다. 그들 문제는 거의 대부분 서울시의 개발계획과 허가에 의해서 발생한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반성과 행정계획의 재검토로 남산뿐 아니라 서울의 모든 산들이 제대로 보존되고 가능한 한 원래의 모습을 되찾게 하는 종합적인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
남산의 제모습찾기 사업자체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찬동한다. 그러나 어떻게 제 모습을 찾게 할 것이냐 하는 문제에 대해선 새로운 도시를 건설한다는 기분으로 시일을 두고 생태학,교통,문화,역사,도시계획,동ㆍ식물학 등 모든 부문의 전문가들로부터 널리 의견을 구해 완벽한 계획을 짜야 한다. 우리는 서울시가 왜 이전계획과 새 시설계획을 한꺼번에,그리고 그렇게 졸속으로 발표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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