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維民 기념 강연회] 프리마코프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5면

예브게니 프리마코프(74) 전 러시아 총리는 1988년 소련의 서울올림픽 참가와 한국-소련 수교를 주도한 러시아의 대표적인 지한파(知韓派) 정치인이다.

모스크바 국립대학을 졸업한 그는 소련 공산당 입당 후 62~70년 당 기관지 프라우다지의 카이로 특파원과 부편집인을 지낸 언론인 출신이다. 특히 88년에는 동양학연구소의 한반도 전문가들과 함께 소련이 서울 올림픽에 참가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작성, 한.소 수교에 물꼬를 트기도 했다.

그는 90년대 고르바초프 대통령 시절 외교자문 특별 위원을 맡아 고르바초프의 외교 브레인으로 활약했다. 보리스 옐친 대통령 시절인 91~96년 중에 러시아 정보기관인 국가보안위원회(KGB)의 제1부의장과 해외정보처장을 역임했다. 이어 96년 1월 외무부 장관으로 발탁된 프리마코프는 탁월한 외교 능력을 인정받아 98년 9월 러시아 연방 총리에 올라 1년여 동안 러시아 내각을 이끌었다.

프리마코프는 총리 재임 시절 경제 회생을 위해 계획경제와 중앙통제를 중시하는 좌파적인 입장을 취했으며 대외적으로는 미국 일변도의 국제 질서를 견제하는 외교노선을 유지했다. 프리마코프는 제2차 걸프전과 코소보 사태 당시에도 미국 중심의 군사 행동에 반대 입장을 표했다.

2001년부터 러시아 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아 재계를 이끌고 있는 프리마코프는 지난 2월 이라크 전쟁 발발 직전 대통령특사로 이라크를 방문, 사담 후세인 대통령을 만나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이집트:나세르 시대' '중동 분쟁의 해부' '9.11 이후의 세계' 등이 있다.

윤혜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