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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은 그 많은 핵 가졌지만 붕괴 핵 없는 쿠바는 미국도 전복 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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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다이빙궈 중국 외교부 수석 부부장

중국은 핵 없이 사회주의의 길을 걷고 있는 쿠바의 예를 들면서 북한에 핵 포기를 설득했었다고 일본의 아사히(朝日)신문이 26일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의 칼럼니스트 후나바시 요이치(船橋洋一.61) 편집위원은 "중국 외교부의 다이빙궈(戴秉國) 수석 부부장이 북한의 고관(후나바시 위원은 '강석주'일 공산이 크다고 밝힘)을 만난 자리에서 '핵을 가졌다고 해서 그것으로 생존할 수 있느냐. 그렇진 않다. 소련을 봐라. 그렇게 많은 핵을 가졌음에도 붕괴되지 않았느냐'고 다그쳤다"고 전했다.

다이빙궈 부부장은 이어 "그 반대로 쿠바를 보라. 핵은 없다. 하지만 미국도 이제는 카스트로(국가평의회 의장)를 전복시키는 걸 포기하고 그가 하늘나라로 가는 것을 기다리고 있지 않느냐"며 북한을 설득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후나바시 위원은 이 발언의 시기에 대해선 명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본지의 추가 취재에 "지난해 상반기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경우 지난해 4월 강석주 제1부상이 베이징(北京)을 방문했을 당시일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이 같은 중국의 설득에 북한 측은 강력 반발했다고 한다.

후나바시 위원은 "북한의 고위 외교관은 올 3월 '그렇다면 중국은 왜 핵무기를 개발한 것이냐. 중국의 경우는 특별하니까 핵무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냐. 왜 북한은 중국과 다르냐고 되묻고 싶다'며 반발했다"고 밝혔다.

신문은 "올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미국을 방문한 궈보슝(郭伯雄)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중국 군부의 2인자)은 미국 측에 '미사일 발사 전후부터 중국과 북한 간에는 군과 군 사이에도 연락을 취할 수가 없다. 상대방(북한)은 전화도 받지 않는다'고 털어놨다"며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최근 특사 자격으로 방북한 탕자쉬안(唐家璇) 중국 국무위원 일행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회담과 관련, 후나바시 위원은 이날 본지의 취재에 "먼저 탕자쉬안이 중국 지도부의 강경 입장을 담은 서한을 읽어 내려갔으며, 김 위원장도 이에 맞대응하는 글을 읽으며 아슬아슬한 곳까지 가는 불꽃 튀기는 진검승부가 벌어졌다는 이야기를 중국 고위 관계자로부터 전해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중국에 일정 부분의 체면은 살려주면서 내용 면에서 한 발짝도 양보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북한이 한 수 위였다"며 "이번 회담은 북한이 이미 핵 보유국이라는 위치에서 벌인 최초의 외교행위였다"고 분석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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