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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성곽 보수 역사탐방로 조성/남산공원 어떻게 달라지나(해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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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이전기관 일부 전시관등 활용/약초원 설치 자연학습장으로
5백90여년전 조선조가 서울에 도읍을 정할 때부터 서울의 표상이었고 「남산위에 저 소나무」로 애국가에도 등장하는 국민적 정서의 대상인 남산.
수도 중심부의 공원산으로서는 세계적으로 드문 존재인 남산은 그러나 60∼70년대이후 개발바람을 타고 각종 건물등이 잠식하는 바람에 훼손된 채 중병을 앓아왔다.
서울시가 17일 발표한 「남산 제모습찾기 사업계획」은 우리나라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남산을 이제는 되살려야 하겠다는 국민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만시지탄의 느낌마저 주고 있다.
서울시의 이번 계획은 94년 서울도읍 6백주년을 앞두고 남산을 정비해보겠다는 서울시의 희망과 6월말 노태우대통령의 남산 복원계획수립 검토지시에 힘입어 의욕적으로 꾸며진 것이다.
사실 서울시가 남산공원안에 있는 안기부나 군부대등 특수시설의 이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즉 최근 몇년사이 달라진 사회분위기가 의욕적인 이번 계획을 성사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다 군부대의 올해말 이전계획이 확정되고 용산주변 미8군시설의 96년까지 이전계획이 세워짐에 따라 남산공원내 부적격 시설을 정비할 적기가 됐다는 판단을 서울시가 하게된 것이다.
또한 전과 달리 서울시가 여러곳에 대단위 택지개발을 하고 있어 이전대상시설들에 대토해줄 수 있다는 점도 서울시측에 자신감을 갖게 했다.
그동안의 남산공원 보호를 위해 72년 4개소에 2만6천m의 철책을 설치,출입을 통제하는등 소극적 보호대책에 그쳤던 서울시의 이번 대대적인 남산 소생대책을 살펴본다.
◇시설이전=84년 장충단공원이 병합돼 전체면적이 90만평인 남산 자연공원은 해발 2백65m의 적당한 높이. 동서간 길이는 2.7㎞에 남북간 거리는 2.1㎞다.
서울시의 남산 제모습찾기 계획은 산기슭은 문화ㆍ역사ㆍ체육의 수련지구로,중턱은 자연생태보전및 학습지구로,정상부분은 도시환경 전망지구로 조성해 원상을 회복시킨다는 내용이다.
서울시는 이를위해 공원에 부적합한 시설이나 경관을 차단 또는 훼손하는 시설 10곳을 91∼96년사이 다른 지역으로 이전시키고 건물 대부분을 철거시킬 계획이다.
서울시가 92년에 이전 예정인 시설은 주공소유의 외국인아파트 2동 4백27가구분(임대)과 인근에 있는 외국인 임대주택 43동,외국공관및 대사관저 9동,개인주택 13동이며 그 동쪽에 있는 남산 맨션아파트 1동 1백26가구분(민간분양)도 92년 이전대상이다.
외인아파트및 맨션아파트는 각각 18년전에 지어져 92년이면 건립 20년이 되므로 철거가 가능해진다. 남산 맨션아파트는 관광호텔허가로 72년 건립된 뒤 불법용도 변경된 남산의 대표적 불법건물이다. 16∼17층의 외인아파트는 고속도로에서 서울로 진입하면서 남산의 경관을 가로막아왔다.
공원 남쪽인 이 지역은 건물 철거후 수목원ㆍ소동물원ㆍ생태교육장ㆍ체육시설 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올해말 이전하는 군부대 자리에는 인근에 있는 「한국의 집」과 연계해 옛 양반촌인 민속마을 「남산 골」을 재현,도시내 민속촌 역할을 하게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안기부의 경우 93년이전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건물중 일부는 도서관ㆍ시사전시실ㆍ전통문화연수관 등으로 활용하고 체육시설은 시민에게 개방할 예정이다.
◇자연학습 공간화=자연생태 보전을 위해 각도별 소나무단지ㆍ수목원 등을 공원 곳곳에 조성하고 산토끼ㆍ다람쥐 등 동물 방사를 통해 살아있는 산으로 만든다. 또 골짜기를 따라 네곳에 「자연생태학습로」를 조성해 학생ㆍ시민들이 산교육의 장으로 활용케 한다. 학습로의 시작부분과 끝부분에는 화훼공원ㆍ약초원 등 생태전시장을 만든다.
힐튼호텔∼미군통신대∼타워호텔∼신당동을 잇는 서울성곽을 보수하면서 역사탐방로도 신설할 계획이다.
◇보행접근로 다원화=현재의 접근로는 남대문쪽 뿐이나 다섯개의 도로축을 개설,어느 쪽에서건 쉽게 남산에 들어서게 한다. 군부대 터를 관통하는 필동축을 비롯,장충동축ㆍ한남동축ㆍ용산동축ㆍ남대문로축이 그것이다.
◇문제점=도시계획ㆍ공원 전문가들은 이 계획에 대해 『늦긴 했지만 발전적 구상』이라며 환영하고 있으나 서울시민의 결정으로는 사업추진이 어려운 만큼 고위층의 정책적 결단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전대상 기관 가운데는 다소 불투명한 반응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공원 바로 밖에 있는 힐튼호텔 양쪽 토개공의 도심재개발 땅에 서울시가 이번 조치와는 상반되게 지난 5월과 7월 18층및 20층의 빌딩 건축허가를 내준 데서 나타나듯 규제행정의 일관성이 없이는 남산 보호의 실효를 거둘 수 없다.<김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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