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국왕 왜 부시 만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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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새우등 터질까…” 외교적 중재 모색/아카바항 봉쇄 따른 서방지원 교섭
부시 미대통령과 이라크를 지지하는 요르단의 후세인국왕이 17일 저녁 부시가 머물고 있는 케네벙크포트별장에서 지금까지 군사적 대결로만 치닫던 쿠웨이트사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어서 쿠웨이트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특히 후세인 국왕이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의 친서를 휴대한 것으로 알려져 회담결과가 주목된다.
미국 CBS방송은 후세인 국왕이 휴대한 친서는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더이상 군대를 증파하지 않은 조건으로 이라크가 쿠웨이트에서 철수하는 문제를 논의하는 국제회의를 소집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대한 미 정부의 반응은 아직까지는 소극적이다.
부시대통령은 이같은 친서휴대설에 대해 『요르단 국왕과는 이번 사태의 전반에 대해 일반적인 얘기만 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미 정부 고위관리들도 『이번 회담에서 실현가능한 평화계획안등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이번 후세인 요르단국왕의 활동은 다분히 요르단 자신의 문제가 걸려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일단 판단하고 있다.
즉 이라크와 국경을 접해 정치ㆍ경제적으로 이라크에 기대고 있는 요르단이 경제적 제재에 동참하라는 미국의 압력을 받고 일종의 줄다리기 외교를 벌이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라크에 대한 서방의 봉쇄가 좁혀지고 있는 가운데 유일하게 지금 문이 열려있는 곳이 요르단의 아카바항구로 후세인 국왕은 지금 이를 닫을 수도 열어놓을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경제의 50%이상을 이라크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라크를 지지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이 국민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특수한 상황이다.
이런 입장을 알고있는 미국은 만일 요르단이 경제제재에 동참해 준다면 응분의 지원을 해주겠다고 제의해놓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요르단의 이해를 접어 둔다면 후세인 국왕의 활동은 미국이나 이라크 양쪽에서 모두 은근히 바라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미국으로서는 거의 모든 아랍국가들이 현재 이라크와 등을 돌린 상태에서 그나마 지금까지 비교적 친서방 노선을 유지해 오던 후세인 국왕을 이라크와의 대화의 채널로 이용코자 하는 계산이 깔려있다.
아직도 이라크와 쿠웨이트에 3백여명의 미국시민이 인질로 있는 상황에서 대화 채널을 계속 열어 놓을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부시­후세인국왕과의 회담에서 평화적 해결안이 일시에 타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이라크와 미국이 서로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타진해 보는 기회는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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