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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병·어린이병 '질병 경계' 무너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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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어른과 청소년의 질병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청소년 음주가 늘면서 '술병'(알코올성 간질환)에 걸리는 청소년이 증가하고 있다. 또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많아지는 고(高)콜레스테롤증으로 병원을 찾는 어린이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반면 어린이 질병으로 알려진 아토피성 피부염으로 고통받는 어른들도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식생활 변화, 환경오염, 스트레스 증가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청소년, 알코올성 간질환 늘고

우리들내과 안수열 원장은 최근 서울 명동에서 여고생으로 보이는 여성 3명이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을 마신 것을 보고 혀를 찼다. 안 원장은 "청소년이 반복적으로 많은 양의 술을 먹으면 급성 알코올성 간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술병을 앓고 있는 청소년이 늘어나고 있다. 2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정감사에서 이기우(열린우리당) 의원은 19세 이하 청소년이 알코올성 간질환으로 진료받은 건수가 지난해에만 6만5000여 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2002년 이후 매년 4%씩 늘어나다 지난해에는 무려 12.5%나 급증했다.

알코올성 간질환은 일반적으로 매일 소주 한 병을 10년 이상 마시면 발생한다. 그러나 소주 2~3병을 지속적으로 마시면 단기간에도 발병할 수 있다. 안 원장은 "청소년이 알코올성 간질환으로 병원에 올 정도라면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알코올성 간질환 진료 건수는 2002년 108만 건에서 지난해 133만 건으로 늘어났다. 연령대별로는 40대(35만 건)가 가장 많았다.

성인, 아토피성 피부염 증가세

현애자(민주노동당) 의원은 2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감 자료를 통해 30대 아토피성 피부염 환자가 2002년 5만7000여 명에서 지난해 7만2000여 명으로 26% 늘어났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20대 아토피성 피부염 환자는 25% 늘어나 지난해 12만 명을 넘어섰다. 40, 50, 60대 연령층의 아토피 환자도 각각 18~19% 늘어났다. 반면 10세 미만의 어린이 환자는 3년간 13% 줄어들었다. 가톨릭대 의대 김진우(피부과) 교수는 "성인 환자가 늘어나는 원인은 스트레스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현 의원은 "아토피는 이제 아동 질환이 아니라 전국민적 질병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거주 주민 대비 아토피성 피부염 환자가 가장 많은 곳은 제주(3.2%)였다. 대전(3.17%).광주(2.89%).서울(2.57%) 등도 많은 편이었다. 환자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부산(1.88%)이었고 대구.경북.경남도 유병률이 낮아 영남 지역이 전반적으로 아토피 환자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10세 이하, 고콜레스테롤 급증

어른이 주로 걸리는 고콜레스테롤증.당뇨 등을 앓고 있는 10세 이하 어린이가 늘어나고 있다.

안명옥(한나라당) 의원은 25일 10세 이하 어린이가 고콜레스테롤증으로 진료받은 건수가 지난해 1999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2002년 이후 3년간 연평균 22%씩 급증하고 있다. 소아 당뇨로 진료받은 경우도 4510건으로 매년 3.4%씩 늘어났다. 이 가운데는 생활 습관과 관계없이 인슐린 분비가 잘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잘못된 생활 습관에 따른 성인형 당뇨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대한소아과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어린이 2만 명당 한 명에서 성인형 당뇨가 나타나고 있다.

안 의원은 "생활 습관형 질환이 어릴 때부터 나타나면 가정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손해"라고 지적했다. 서울아산병원 선우성(가정의학과) 교수는 "요즘은 컴퓨터 게임 등 앉아서 하는 놀이가 많다"며 "부모가 의식적으로 아이에게 운동을 시키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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