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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슈바이처 병원」 생겼다/불우이웃에 “사랑의 인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4월 개원… 8천여명 건강찾아/대구 대명동 노아병원/7억여원 유산남긴 아버지/“가난한 생명들 구하라”유언/경로당찾아 왕진봉사도
병들고 의지할데 없는 노인과 소년ㆍ소녀가장들에게 무료로 「사랑의 인술」을 베푸는 대구시 대명동 1483 노아복지회부설 노아병원(이사장 나종대ㆍ30)을 가난한 사람들은 슈바이처 병원으로 부른다.
노인과 소년ㆍ소녀가장들에게 검진과 진료ㆍ투약 등을 일체 무료로 봉사하고 있는 이 병원이 문을 연것은 지난 4월9일.
이사장 나씨의 아버지 나판질씨가 20여년간 간경화로 고통을 받다 지난3월 67세로 운명하면서 『가난한 생명을 구하는 일을 많이 하라』는 유언과 함께 7억6천만원의 유산을 남겨 이 뜻을 기리기 위해 설립됐다.
나씨는 어머니 장계순씨(60) 소유로 된 지하1층ㆍ지상 3층 연건평 6백평규모의 건물을 자산으로 사회복지법인 노아복지회를 설립하고 이 건물 2∼3층에 5억원을 들여 전자위내시경,X­레이특수촬영기,폐활량ㆍ심전도ㆍ초음파검사기 등 각종의료장비를 갖추었다.
나씨는 원장 김동진씨(52ㆍ외과전문의)를 비롯,의사 3명ㆍ간호사 5명ㆍ물리치료사 4명ㆍ방사선기사ㆍ병리사ㆍ원무직 각각 2명 등 모두 19명의 의료진으로 내과ㆍ외과ㆍ소아과ㆍ방사선과 등 4개진료 과목을 설치하고 문을 열었다.
처음엔 양로원ㆍ고아원 등 불우복지시설 수용자들과 무의탁노인,소년ㆍ소녀가장 등 생활보호대상자들이 주대상이었다.
그러나 점차 영세민계층에 소문이 번지면서 충북ㆍ전남ㆍ경남의 산골지방에까지 알려져 요즘엔 무료진료환자들이 1백50명∼2백여명에 이르고 있다.
그동안 이곳의 도움으로 병을 치료받은 가난한 이웃은 모두 8천여명.
국고지원이나 당국의 재정지원도 없이 순수한 사비로 지출되는 인건비와 의료수가만도 월평균 5천만원에 이르렀다.
나씨는 선친의 유업인 건축업에서 벌어들인 돈을 고스란히 노아복지병원 유지비에 충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료보험시책에 따라 요즘엔 의료보험카드를 갖고오는 일반환자들이 점차 늘어나 재정부담에 다소 도움이되고 있다.
이곳 노아병원에서 네차례나 무료진료를 받은 천옥임할머니(78ㆍ경북 예천군 풍양면 낙상동)는 『관절염과 요통으로 10여년간 고통을 받아오다 소문만 듣고 찾아왔다』며 『의사선생님과 간호사들이 친절해 진료를 받지 않아도 병이 다 나은것 같다』고 좋아했다.
노아병원 의료진들은 또 일주일에 한차례씩 대구시내 각동사무소에서 의뢰한 생활보호대상자 등 재가환자들과 경로당을 찾아 왕진진료를 해주는 등 휴일도 잊고 사랑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경로효친과 이웃사랑을 도모한다는 병원 설립취지에 뜻이 맞아 이곳 노아병원 진료를 책임지게 됐다』는 원장 김씨는 『아직도 어렵게 살아가는 노인들과 아이들이 진료혜택을 제대로 받지못해 건강을 해치거나 목숨을 잃는 것을 볼때마다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이사장 나씨는 『선친의 유산이 병원설립비로 모두 투자되는 바람에 사실상 복지기금은 바닥난 상태지만 수익사업을 벌여 복지기금이 확보되는 대로 병원시설도 확충하고 진료사업외에 노인복지사업과 소년ㆍ소녀가장 자활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대구=김선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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