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나 다리의 털로도 모발이식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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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탈모환자들은 두피관리를 받거나 약물 등으로 치료를 한다. 하지만 더 이상의 방법이 없을 경우 모발이식을 하게 된다. 이런 모발이식은 자신의 뒷머리를 탈모 부위에 옮겨 심는데, 뒷머리에서 옮겨 심을 수 있는 모발은 한정적이다. 그런데 이번에 국내의료진에 의해 가슴이나 다리의 털을 머리에 옮겨 심어도 머리카락처럼 자란다는 논문을 발표하고 학회에서 인정을 받아 화제가 되고 있다. 그 주인공은 털털한피부과 황성주박사이다. 황박사의 연구 내용은 아래와 같다.

◆ 기존 학설의 문제점 발견과 신체 부위의 이식실험
1959년 미국의 의사 Orentreich는 이식한 모발은 어떤 부위에 옮겨 심더라도 옮기기 전의 모발의 성질(모발의 성장속도, 질감, 모발생장 기 주기 등)을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는 학설을 주장해 왔고, 여기에 이의를 제기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1998년 황성주박사(당시 피부과 레지던트 4년 차)는 환자들에게 그 사실(머리카락처럼 자란다)을 보여주기 위해 자신의 머리카락을 다리에 심었다. 그 후 2000년 다리에 옮겨진 머리카락의 성장속도가 약간 느리다는 것을 발견하고 기존의 학설에 문제가 있음을 생각하였다. 그래서 확인을 위해 다시금 다리에 심었던 머리카락의 일부를 절제해서 원래 뒷머리에서 떼어 내었으므로 뒷머리와 제일 가까운 부위인 뒷목덜미에 옮겨 심었다(2000년도). 그러자 성장속도가 다시 빨라지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대조군 실험으로 뒷머리를 목덜미에 심은 것도 같은 성장속도를 보였다.

그 후 어떤 인자(factor)가 중요한가를 실험하기 위해, 손등, 손바닥, 등, 손목에 이식실험을 하였다(2001년도). 두피는 혈액순환이 좋고 피부가 두꺼운 부위이며 손바닥은 혈액순환은 좋은 편이지만 피부과 아주 얇고, 등은 피부는 두껍지만 혈액순환은 약한 부위여서, 혈액순환 정도, 피부두께 정도와 어떤 상관성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각각 이식실험을 한 결과, 혈액순환이 좋고 피부가 두꺼운 부위에 생존율이 높다는 것과 성장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 설득력 있는 수여부영향론
2005년 국제모발이식학회에서 연구비를 지원받고 실시한 실험은 가슴 털과 겨드랑이 털을 두피부위로 옮겨 심은 것이었고, 그 결과 이식한 가슴 털의 경우 원래 가슴털보다 성장속도는 약간 증가하였고 1년 동안 관찰한 결과 길이가 두 배로 증가됨을 확인하였다. 위 모든 연구에서 머리카락의 굵기에는 변함이 없었다.

즉 Orentreich가 주장했던 학설은 뒷머리에서 앞머리로 옮겨 심는 수술(대머리수술)의 경우 원래의 성질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여지지만, 거꾸로 앞머리의 성질을 닮았다고 얘기할 수 있다. 왜냐하면 뒷머리와 앞머리는 똑같은 두피이므로 옮겨 심은 머리카락의 성질이 바뀔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머리 이외 다른 부위로 옮겨 심으면(예, 다리, 등, 목 등) 부위별로 성질이 바뀌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수여부영향론이 설득력이 있다.

◆ 세계최초로 이식된 모발은 변형된 성질을 갖는다는 사실 규명
따라서 모발은 이식을 하게 되면, 옮겨 심는 부위의 피부두께, 혈관 정도, 신경분포 정도, 호르몬의 영향 등으로 인해 원래의 성질에서 벗어나서 변형된 성질을 갖는 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을 황성주 박사가 세계 최초로 규명을 하였다. 이 내용으로 10월 18일-21일 미국 샌디에고에서 개최된 제 14차 국제모발이식학회에 좌장으로 초청을 받고 연구내용을 발표하게 되었으며, 백금모낭상을 수여하게 되었다.

백금모낭상은 모발이식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뛰어난 업적을 남긴 의사에게 수여되는 상으로 황박사가 세계 최연소로 받게 되었다. 이번 연구로 인해 뒷머리카락이 부족한 탈모인의 경우 이식이 필요하면 가슴 털이나 수염이 풍부한 사람이라면 가슴 털이나 수염도 공여부로써 사용할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하였으며, 지금까지 음모이식을 한 경우 환자들에게 음부에 이식한 머리카락을 잘라주라고 권고했지만, 자르지 않아도 일정한 길이 이상 자라지 않는다는 사실 또한 입증하게 되었다.

조인스닷컴(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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