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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갈래 세대교체론 들먹/중동사태에 가린 요즈음 거여 동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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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스타없는 민정계 YS 견제 안간힘/“노퇴임때 양김씨 동반마땅”
민자당내 내각제추진 기류가 주춤하면서 잠복해있던 세대교체론,차세대 주역론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주로 민정계쪽에서 나오고 있는 세대교체론은 김영삼 대표최고위원,김종필 최고위원은 노태우대통령과 함께 물러나야하며 그이후는 새로운 지도자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논의의 핵심은 민정계가 내각제포기를 유도하고 있는 김영삼대표에 대한 일종의 「도전」을 공식화하는 것으로 민자당의 차기대권구도와 복잡하게 얽혀있다.
○…민정계의 세대교체론에는 두개의 흐름이 있다.
하나는 이종찬ㆍ이춘구ㆍ이한동ㆍ김윤환ㆍ심명보ㆍ박준병의원 등 민자당의 사무총장ㆍ원내총무를 지낸 중진들이 중심이 되고,남재희ㆍ이자헌ㆍ오유방ㆍ이태섭의원 등이 동조하는 정치물갈이론.
또 다른 하나는 통합의 주역임을 자부하며 노대통령과 특수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박철언 전 정무장관그룹이 꿈꾸고 있는 차세대의 대권 수임론이다.
이들 두개의 주장엔 민정계의 소장그룹들도 적극 동조하고 있어 사실상 간판스타가 없는 민정계의 고민이 농축된 몸부림이라고 볼 수 있다. 정치물갈이론에는 김종위의원등 서울ㆍ경기출신 초ㆍ재선 20여명이 언제든지 행동대로 뛸 각오를 하고있고 박태준 최고위원도 은근히 동조하고 있다.
박철언의원쪽엔 그의 사조직인 월계수회가 적극 개입하고 있는데 내부결속력이 강한데 비해 범민정계의 대표성 확보에 취약점이 있다.
이들은 현재의 정국파행이 김영삼대표와 김대중 평민총재의 양극대결때문이며 차기대권이 이들의 재대결로 나타날 경우 영호남 지역감정의 악화는 물론 온 나라가 전쟁을 겪는듯한 혼란에 휩싸일 것이라고 주장,최소한 양김씨의 대결만은 막아야 한다는 명분을 앞세우고 있다.
김윤환 정무장관이 최근 『현행 대통령제하에서 YS와 DJ가 다음선거에서 또 붙으면 나라꼴이 어떻게 되겠느냐』고 한 것은 이들의 생각을 단적으로 대변한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각기 다른 개인적 야심과 동기가 있으면서도 사석에서 어울리면 거침없이 YS비판론,1노3김 「동시퇴진론」을 거론하며,심지어 일부의원들은 노대통령이 지난 선거때 야당의 군정종식 구호에 맞서 내놓은 것이 「3김시대의 종식」임을 강조한다.
○…그러나 현재로선 이들의 움직임이 1노2김의 연합체제에 변동을 가할만큼 조직적이지는 못하다.
사실 민정계는 내각제개헌 전략을 짜면서 네가지의 예상상황전개를 설정,그중 개헌추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그 대비책으로 자파내 대권후보를 육성한다는 구도를 마련했었다.
즉 내각제의 내부 합의가 실패하면 민정계의 유력한 인물 2∼3명을 차세대주자로 뽑아 YS와 대결시킨다는 얘기다.
따라서 민정계의 중진 그룹은 양김퇴진론에 점진적 공감대를 형성한후 내년상반기쯤 개헌문제가 내각제포기로 일단락되면 곧 「체질개선론」을 행동에 옮길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한 중진의원은 『세대교체론이 자칫 노대통령의 레임덕상태를 재촉할 우려가 있어 내년 국회의원선거를 앞둔 시점에 급속히 터져나올 것 같다』며 『일정기간 체질개선요구,당운영 민주화론으로 존속될 것이며 다만 정국파행이 계속되면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
○…세대교체론이 어느 정도의 생명력을 가질것인가는 노대통령의 후계구도와 그의 결심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뿌리깊은 여당체질을 갖고 있는 민정계는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면서 공천탈락을 각오하고 「반김투쟁」을 할만한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노대통령의 흉중이 YS에게 넘겨주기 곤란하다는 기미만 보이면 결속된 힘을 보일 가능성이 높지만 노대통령의 독특한 스타일대로 결심을 않고 미루기만하면 내홍의 요인으로 잠복할 것으로 보인다.
민정계쪽에선 『내각제가 어려우면 노대통령은 차세대쪽으로 관심을 돌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YS쪽에선 그렇게 되지않을 것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YS의 측근들은 한결같이 현행헌법으로 굴러가면 여권의 권력 속성상 제2인자인 YS쪽으로 힘이 쏠리게 마련이라고 「대세론」을 주장하고 있다.
즉 내각제추진의 고비가 되는 내년 6월만 넘어가면 김대중 평민당총재와 대통령선거에 효과적으로 대결하기 위해선 불가피하게 YS에게 힘을 몰아줘야 한다는 기류가 범여권에 조성된다는 주장이며 YS는 그때에 대비,민정계에 대한 포섭ㆍ흡수노력을 피나게 할 것이란 얘기다.
더욱이 14대 총선에서 YS의 공천 영향력이 가시화되고 선거지원과정에서 영향력이 확대되면 권력에 대해 해바라기성 체질인 민정계쪽은 쉽게 평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고 김대중총재와 경쟁할만한 대중정치인이 절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고 믿고 있다.
세대교체론의 앞날에 또다른 변수는 김종필 최고위원이 될 것이란 관측. 세대교체는 JP도 겨냥한 것이지만 그가 과거 정계개편설의 중심에 있을때 『지역감정으로 분할된 4당체제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 적이 있고 YS에 대해선 뿌리깊은 불신이 있다는 점에서 내각제가 불발되면 JP는 민정계편에 서 줄것이라는 것이 희망사항이다.
JP로선 YS­DJ 재대결 구도를 뒤엎기위해 모종의 선택을 할 것이라는 추측인데 그 선택은 아마도 3김 동시퇴장이라는 「물귀신 작전」이 될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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