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함 지도' 영국서 첫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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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고요하고 평온한 곳을 찾기 힘든 것이 21세기 선진국들의 현실이다. 웬만한 시골에 가도 사람과 자동차의 소음, 번쩍이는 네온사인의 공해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영국에선 '진짜 고요함'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민간단체인 영국농촌보호운동(CPRE)이 전국 고요도 지도를 만들었다고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단체는 ▶자연 경관을 볼 수 있는가 ▶새 소리를 들을 수 있는가 ▶소음이 적은가 ▶자연 삼림을 볼 수 있는가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있는가 등 다섯 가지를 고요함의 선정 기준으로 삼았다. 반대로 ▶지속적인 교통 소음 ▶북적이는 사람들 ▶도시 개발 ▶빛(light) 공해 ▶사람들의 소음이 심한 곳은 점수를 깎았다.

CPRE는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가장 고요한 곳을 녹색으로, 가장 시끌벅적한 곳을 빨간색으로 표시한 영국 지도를 만들었다. 예상대로 런던.맨체스터.버밍엄 등 대도시 주변은 진한 빨간색으로 나타났다.

아주 고요한 곳은 북부의 컴브리아.노스요크셔, 남서부의 다트무어 등 일부에 불과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고요한 곳이 점점 줄고 있다는 점이다. 위성 자료에 따르면 영국에서 완전히 깜깜한 밤하늘을 볼 수 있는 곳의 비율이 1993년 15%에서 2000년 11%로 줄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복잡한 대도시 인근에도 상대적으로 평온한 곳이 존재한다는 점도 드러났다. 닐 신덴 CPRE 정책국장은 "런던 주변의 에핑 포리스트가 그런 곳"이라며 "이런 곳이 더 이상 없어지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노력이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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