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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빈 배' 항해 선박 검색 무력화 의도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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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홍콩 정부에 검색당한 강남 1호의 화물칸은 텅 비어 있었다. 홍콩 해사처 관계자는 "강남 1호는 대만 가오슝(高雄)을 거쳐 중국 항구를 지나 홍콩에 들어왔다"며 "홍콩에서 폐금속을 싣고 북한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빈 선박이었지만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 이후 북한 선박에 대한 검문 강화를 요구해 온 미국의 대응은 강경했다. 미국은 강남 1호가 홍콩에 입항하기 직전 유도미사일을 탑재한 프리깃함을 홍콩 해역에 파견, 무력 충돌에 대비했다.

화물칸에 아무것도 없었던 것을 놓고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홍콩에 폐금속을 싣기 위해 빈 배로 들어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따라서 가오슝에서 특정 화물을 싣고 중국 항구로 간 뒤 현지에서 다른 배에 옮겨 실었을 가능성을 추측해 볼 수 있다. 북한은 무기나 금수품의 경우 이런 식으로 처리해 왔다.

또 북한이 미국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을 반박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빈 배를 보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빈 배인지, 군사물자를 실은 배인지 확인할 능력도 없으면서 북한 선박을 억류하고 검색한다며 미국을 공격하기 위한 전략이었다는 것이다.

강남 1호에 마약이나 담배 같은 부피가 작은 밀수품이 실려 있었을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다. 미국의 감시망이 총동원되고 있음을 안 뒤 홍콩 입항 전 바다에 모두 버리고 입항했다는 가정이다. 2003년 5월 마약을 실은 북한 선박 봉수호가 호주에서 나포되는 등 해상을 통한 북한 밀수 사례가 종종 적발된다는 점이 이 같은 가정을 뒷받침한다. 올 5월에는 일본 경찰이 북한산 마약 수백 kg을 싣고 청진항을 출발, 돗토리현 부근 바다에서 밀거래를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북한 화물선 두루봉 1호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이기도 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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