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노, 친정 강화 '회전문 인사'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정부 외교안보 라인의 개편 폭이 커지고 있다.

당초 청와대는 유엔 사무총장에 내정된 반기문 외교부 장관의 빈 자리만 채우려 했다. 북한 핵 문제가 진행 중인 만큼 큰 폭의 교체가 부담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사정이 변했다. 윤광웅 국방장관이 23일 사의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윤 장관은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고 했지만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 결과를 놓고 정치권에서 책임론이 제기되는 시점이어서 논란을 미리 방지하려는 뜻도 담긴 것 같다.

관심은 노 대통령이 새 외교안보 라인을 어떻게 짤 것이냐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북핵 문제가 내년 대통령 선거 국면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런 점에서 외교안보 라인에 누구를 기용하느냐는 단순한 인사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당장의 하마평을 종합하면 개편 폭이 커지더라도 임기말을 감안해 기존 인사들을 자리만 바꿔 배치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새 외교장관에는 송민순 청와대 안보실장이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송 실장이 자리를 옮길 경우 안보실장에는 서주석 안보정책수석이 승진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그러나 사의를 표명한 윤 장관이 새로 후보군에 포함돼 변수가 되고 있다. 국방장관에는 군 출신인 이한호 전 공군참모총장, 김종환 전 합참의장, 안광찬 현 비상기획위원장, 김인종 전 2군사령관 등이 후보군에 올라 있다. 정치권의 교체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아직 유임설이 유력하다. 이럴 경우 외교안보 라인은 오히려 친정 체제가 구축되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구도가 관철될 수 있느냐다. 청와대 안에서도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한바탕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않다. 외교안보 라인의 전면 교체를 주장한 한나라당이 대대적 공세에 나설 게 뻔하다.

이 때문에 청와대 일각에선 송 실장을 외교장관에 기용하는 게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최영진 주 유엔대사, 유명환 외교부 1차관이 외교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다. 이종석 통일장관의 거취 역시 최근 불거진 '북한의 추가 핵실험 유예 논란'과 관련해 여론이 악화되고 있어 부담이 되고 있다.

인선의 뚜껑이 열리기까지 많은 시간이 남았다는 점도 노 대통령의 결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은 24일 밤 "(외교안보 라인 개편에) 2주일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추가 핵실험 또는 한.미동맹 등의 상황 변화도 개편의 방향을 좌우할 큰 변수다.

박승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