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신도시 발표 앞서 주택정책 실패 사과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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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건설교통부 장관이 신도시를 추가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제대로 신도시 계획을 발표한 게 아니라 불쑥 기자실에 들러 일단 신도시를 짓겠다는 이야기부터 던진 것이다. 지난주 국회 국정감사에서 "집값이 안정세로 더 오를 걱정은 없다"고 장담하던 것과는 딴판인 태도다. 불과 일주일 사이에 주택 공급이 부족해진 것이 아니라면 그동안 수도권 주택 공급의 급격한 감소와 이로 인한 집값 상승 추세가 불안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건교부 추병직 장관은 국회에서 허위보고를 한 셈이다.

청와대 홈페이지의 '부동산 이제는 생각을 바꿉시다'에는 주택 공급 확대를 주장하는 언론을 향해 "광고를 의식한 일부 주요 신문이 부동산 경기를 부추기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주택 공급 부족은 기우(杞憂)로 근거가 없으며 5년 이내에 공급 충격이 올 정도로 주택 공급은 충분하다"는 주장이 실려 있다. 이처럼 공급이 충분하다고 떵떵거리던 정부가 집값 오름세가 심상치 않자 갑자기 공급을 확대한다면서 부랴부랴 신도시를 더 짓겠다고 나선 것이다.

거기에 더해 추 장관은 "집은 나중에 신도시 건설 이후 집값이 떨어졌을 때 사라"고 부동산 투자 시기에 대한 조언까지 덧붙였다. 그러나 이처럼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말을 바꾸는 정부의 부동산대책을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적어도 억제 위주의 주택안정대책이 효과가 없었다는 솔직한 시인이라도 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신도시 건설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신도시 건설만으로 주택시장 안정을 이루기는 어렵다. 단기적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1가구1주택 양도세 감면과 재건축 규제의 전면적인 재검토 등 현 정부의 코드에서 벗어난 획기적인 주택정책의 전환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