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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에 인질된 대한민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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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2006년 10월 1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 핵실험에 대한 대북제재 결의(제1718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지하 핵실험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은 "지하 핵실험을 규제할 수 있는 국제적 실정 규범이 없지 않으냐"고 항변할지 모른다. 1963년의 부분적 핵실험 금지조약(PTBT)은 지하 핵실험을 금지하지 않고 있으며, 또한 96년의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은 아직 미발효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보인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와 미사일 시험 발사에 이은 핵실험의 감행은 그 지향점이 핵무기 보유에 있는 것이고, 결국 핵무기 보유는 주변 국가의 평화를 위협한다는 점에서 단순히 핵실험 그 자체만의 문제는 아니다. 따라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유엔헌장 제7장(평화에 대한 위협, 평화의 파괴 및 침략행위에 대한 조치)을 원용해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제재안을 채택한 것은 국제법상 법리적 모순이 아니다.

결국 국제사회는 핵실험을 자행한 북한에 대해 유엔헌장 제7장 41조상의 경제.외교적 제재를 가하도록 결정했다. 특히 미국과 일본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을 통한 추가적 제재를 가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러한 조치는 경제적 사정이 열악한 북한의 입장에서는 매우 심각한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북한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제2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 추가적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크고 이렇게 되면 결국 사태의 단계적 악화가 쉽게 예상된다.

북한의 핵무장으로부터 가장 직접적 위협을 받을 국가는 두말할 것도 없이 우리나라다. 이제 북한의 의사에 거슬리는 행위는 용납되지 않는, 다시 말해 대한민국은 북한 핵무기의 인질이 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북한에 대한 태도를 보다 냉정하게 재고해야 한다. 대북 정책이 민족을 담보로 하는 게임이고 그동안의 대북 포용 외교 등 현 정부의 복잡한 입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렇지만 미래 세대에게 핵 위협을 그대로 넘겨 줄 수는 없다.

정부는 국가안보에 관한 마스터 플랜을 새로 짜야 할 것이다. 만약 현 정권이 새로운 요구에 동의할 수 없다면 최소한 주변 강대국의 강요에도 흔들리지 않는 자주적 대북 정책을 일관되게 유지해야 한다. 이렇게라도 할 때 우리 모두는 정부를 신뢰할 수 있으며, 국민의 힘을 정부에 모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용호 영남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