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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택시횡포 구경꾼인가(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고속버스터미널이나 서울역,시외버스터미널 등지에서의 택시횡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비단 요즘과 같은 휴가철만이 아니라 평시에도 시민들은 승차거부,웃돈 요구에 곤욕을 치러왔고 보도를 통해서도 그런 사실은 널리 알려지곤 했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런 불법적인 횡포가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점이다. 고속버스터미널 앞이나 서울역에는 교통경찰관들도 많고 파출소까지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보도가 되면 단속시늉을 하다가 얼마 지나면 그마저 없어져 사정은 도로 원점으로 되돌아 간다. 오랜 불법의 관행에 경찰마저도 법의식이 마비돼 버린 것일까.
당장의 시민 불편도 작지 않은 문제이나 택시횡포를 방치하는 데서 빚어지는 더 큰 문제는 그것이 사회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굳혀주고 준법정신을 약화시키며 편법주의를 확산시키는 데 있다.
승차거부를 할 수 없게 되어 있는데도 태연히 승차거부를 하고 엄연히 미터기가 있는데도 웃돈을 주지 않으면 가지 않겠다고 하는데도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는다면 시민의 원성은 어디로 갈 것인가.
그것은 횡포를 부리는 운전기사나 그것을 보고도 못본체 하는 교통경찰관들에 대한 불만을 넘어 정부나 법전체에 대한 불신과 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경험이 되풀이 되다 보면 너나없이 법을 지키려 하기 보다는 편법으로 눈앞의 이익을 취하려는 심리상태가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터미널이나 역 앞에서의 택시횡포는 작은 문제가 아니다. 어느 사회에나 얼마간의 불법과 부정이 있고 그것을 완전히 없앤다는 것은 이상에 불과하다고 하겠지만 그것이 공개적으로 묵인되다시피 한다는 것은 그 사회의 존립기반 자체를 위협하는 일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이토록 무질서하고 불법이 판을 치게 된 것도 그러한 공개된 불법과 부정마저도 다스리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경찰이 의지만 있다면 단속은 대단히 쉽다고 본다. 승차대에 교통경찰관을 배치하면 그만이다. 문제는 웬일인지 시민들의 곤욕을 보면서도 못본체 하는 데 있다. 많은 시민들이 의심하고 있는 것처럼 어떤 뒷거래가 있는 것일까. 가뜩이나 주차면적이 좁은데 타려는 승객을 태우지도 않으면서 그대로 주차하고 있는 택시들을 내버려 두고 있는 것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이제는 이 오랜 방치된 불법의 원인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실시하고 책임질 사람을 가려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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