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바이러스 이렇게 퇴치하라|생리학자가 지침서 펴내|단국대 생리학과 안철수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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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인체를 연구하는 생리학자가 자신의 전공과는 거리가 먼 컴퓨터 바이러스 퇴치 지침서를 출간했다.
출판사와의 계약도 「동전 한닢의 이익도 보지 않는다」는 이색조건.
책명 『바이러스 뉴스』의 저자 안철수씨 (29)는 단국대 생리학과 교수로 국내 컴퓨터계에서는 이미 컴퓨터 바이러스 전문가로 널리 알려진 인물.
조만간 일반 서점에 선보이게 될 그의 책은 컴퓨터 바이러스의 정의 및 실태, 그동안 국내에 출현한 12종의 컴퓨터 바이러스에 대한 발견·퇴치·예방법 등을 담고 있다.
책의 가격은 바이러스 퇴치용 백신 프로그램을 담은 디스켓 한개를 포함, 4천원.
컴퓨터 바이러스는 일부 악의적인 컴퓨터 전문가들이 일반 컴퓨터 프로그램의 진행을 방해하거나 파괴시키기 위해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의 일종.
외국에서는 전산망을 타고 번져 큰 사회 문제로까지 발전하는 예도 많지만 국내에서는 퍼스널 컴퓨터에 디스켓을 복사하는 과정에서 전염되는 초보적인 단계.
컴퓨터에 침입한 바이러스 프로그램은 감염 즉시 작동을 시작하는 핑퐁 바이러스 (모니터 화면에 흰 점 하나가 가장자리나 문자와 부닥치고 튕기며 마구 돌아다니게 하는 바이러스)부터 일정 기간 잠복해 있다가 때가 되면 활동하는 일요일 바이러스 (일요일이 되면 컴퓨터의 작동을 중지시키며 화면에 『일요일인데도 바보처럼 일하느냐. 나가서 놀자』라는 글씨가 나옴), 예루살렘 바이러스 (13일의 금요일만 되면 작동을 중지시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된 것.
심장의 심전도 연구 등에 컴퓨터를 이용하면서부터 컴퓨터에 심취한 안 교수도 지난해 초 자신의 연구실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감염, 정리해둔 자료가 몽땅 사라지는 것을 경험한 뒤 퇴치 프로그램을 연구·개발한 것이 컴퓨터 바이러스 전문가가 된 계기.
안 교수는 이후 국내에 새로운 바이러스가 등장할 때마다 이를 퇴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컴퓨터 잡지 등을 통해 일반인에게 공개, 큰 호응을 받았다.
안 교수는 그러나 자신이 발표한 글과 퇴치 프로그램 등을 모 출판업자가 베껴 책으로 출간, 1만원에 파는 상혼을 발휘하자 본인이 직접 저렴한 가격으로 책을 보급하게 됐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이 책에 달린 디스켓에 흔히 장치하는 복사 방지용 프로그램도 없이 아무나 복사해 이용할 수 있게 했고 이 책을 처음부터 기획 제작한 출판 기획사 「달리 만듦」의 협조를 받아 매월 보완 책자를 낼 예정이다. <이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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