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외국 선수도 놀란 이태호 마술|프로축구 선수들 숨은 장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그라운드 밖 야구인들의 삶이 다채롭듯 (지난주 보도) 국내의 축구계에도 일반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재능과 별난 취미를 갖고 있는 축구인들도 많다.
축구계에서 최고의 팔방미인으로 손꼽히는 선수는 단연 이태호 (30·대우).
「한국판 게르트 뮬러」라는 별명처럼 탁월한 골잡이로 프로축구 무대를 누비고 있는 이는 탁월한 재담과 마술 등을 갖고 있어 소속팀은 물론 과거 대표팀의 활력소 역할을 맡았다.
코미디언들이 하는 것과 같은 다른 사람의 흉내내기는 말소리뿐 아니라 몸짓도 똑같아 축구를 그만두고 코미디언으로 나서도 대성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있다.
이는 팀이 침울한 분위기이거나 여흥이 필요할 경우 항상 단골 손님으로 나서게 되는데 특히 이회택·김정남 등 전 국가 대표팀 감독들의 흉내를 그대로 내 폭소를 자아내게 하고있는데 레퍼터리는 「참새 시리즈」 등 1백여개에 달하고 있다는 것.
또 재담 못지 않게 마술을 잘 해 해외 원정 땐 외국 선수들에게까지 솜씨를 인정받고 있는데 동전과 화투를 이용한 10여가지의 마술을 능수 능란히 구사, 보는 이로 하여금 찬탄을 금치 못하게 하고 있다.
동독 지도자로 대우 팀을 맡고 있는 엥겔 감독 대행도 이의 마술 솜씨를 보고 혀를 내둘렀다는 것이다.
이만은 못해도 코믹한 몸짓과 재담으로 프로선수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선수는 현대의 정종수 (30)와 유공의 신동철 (29).
정은 코미디언을 뺨칠 정도로 웃기는 얘기를 스스럼없이 해내고 신은 약장수 흉내가 단골장기.
그런가하면 폴란드 용병인 벤코프스키 (29·유공)도 한국말을 잘못 하지만 TV코미디 프로를 보고 그대로 흉내를 잘 내고 있어 이채. 아시아 제일의 수비수로 평가되고 있는 박경훈 (29·포철)의 그림 솜씨는 프로급.
국민학교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 박은 수유중에 입학하면서 미술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 모 신문사 포스터 공모에 가작으로 당선될 정도의 실력을 갖추었으나 가정 형편상 도중에 그만두고 축구로 방향을 돌렸다.
박은 청구고에서 축구를 할 때 변병주 (현대)·백종철 (일화) 등 동료들의 크리스마스 카드를 도맡아 그려주기도 했는데 요즘도 틈틈이 스케치도 하고 수채화나 유화를 그리는데 개인전이라도 한번 열어 볼만한 솜씨-.
박은 은퇴 후 미대에 진학, 미술 공부를 계속해보겠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할 정도로 그림에 대한 애착과 미련이 상당하다.
북경 다이너스티컵 대회엔 부상으로 출전치 못한 최강희 (31·현대)의 만화 솜씨도 수준급. 외국 원정이나 국내에서 이동 할 때 틈틈이 공책에 만화를 그리는데 솜씨가 좋아 주위에서는 만화가로 나서라고 권할 정도.
웬만한 선수치고 노래를 한두곡 정도 부르지 못하는 선수가 없지만 이문영 (25·유공)·주경철 (25·럭키금성)의 노래 솜씨는 프로급이다.
기타 연주도 능수 능란한 이는 주로 팝송을 즐겨 부르며 주는 클래식이 전문, 두 선수 다 레퍼터리가 50여곡이 넘어 한번 마이크를 잡으면 자의·타의로 좀처럼 놓을 줄 모른다.
프로 선수들의 취미는 각양 각색이지만 장발 김주성 (24·대우)의 취미 생활은 독특하다.
술자리는 철저히 기피하고 야채를 즐겨 먹을 정도로 체력 관리에 신경을 쓰는 김의 취미는 등산.
김은 암벽 타기를 즐겨하는데 웬만한 전문 산악인이 갖추어야 할 등산 장비를 완벽하게 갖추고 휴일을 이용, 산을 찾는다.
체력과·담력·집중력을 요구하는 등반이기 때문에 축구와도 맞는다는 김은 인수봉은 물론 전국의 웬만한 산을 다 올라보았을 정도.
이밖에 김용세 (30·일화) 유대순 (25·유공)·이영진 (27·럭키금성) 등은 당구가 5백점을 상회하고 있으며 정성교 (30·대우) 정기동 (29·포철)은 볼링이 애버리지 1백80점을 상회하는 고득점자.
특히 김용세의 경우 포커 등 잡기에 두루 능해 어느 선수와도 쉽게 어울린다.
한편 축구 선수는 아니지만 「별난 축구 가족」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사람은 럭키금성 최진한 (29) 선수의 부인인 이효순 (28).
이화여대 체육과 출신으로 보다나 화장품 회사 미용 실장이기도한 이씨는 뛰어난 노래와 율동으로 럭키금성의 지방 경기 때마다 직접 응원에 나서는 맹렬 여성이다. 남편 이상으로 팀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중요한 위치를 누리고 있다. <임병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