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혜선 "예의바른 범인..196만원 빌려줬다 생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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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차량절도범에게 현금 196만원을 강탈당한 탤런트 구혜선이 당시의 상황과 심경을 밝혔다.

구혜선은 23일 오전 스타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차분한 목소리로 "크게 놀라지 않았다"며 이야기를 들려줬다.

구혜선은 "범인은 현금이 너무 급해서 그러니 196만원을 달라고 했다"며 "여러번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이같은 범행에 스스로도 초라해 보인다면서 돈을 갚겠다고 계좌번호까지 받아갔다"고 말했다.

구혜선이 밝힌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구혜선은 지난 19일 자정무렵 드라마 촬영을 마치고 서울 논현동 집에 도착해 의상 등 짐을 꺼내고 있었다. 시동을 켜둔 상황에서 한 남자가 갑자기 차를 몰고 사라졌고, 구혜선은 휴대전화를 통해 112 범죄신고를 해 논현지구대에 사건이 접수됐다.

범인은 차량 앞유리에 붙은 주차시 연락처를 보고 구혜선에게 공중전화로 전화를 걸었고, 돈이 급하니 196만을 주면 차를 돌려주겠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청 앞에서 범인에게 돈을 건네기로 했지만 동행한 경찰이 4대의 순찰차로 함께 가는 바람에 범인을 놓치고 말았다.

범인은 재차 전화를 걸어 경찰과 함께 오면 폐차시켜버리겠다는 말과 함께 새로운 장소에서 만날 것을 약속했다. 이번에는 서울 시네시티 극장 앞으로 접속 장소를 정했다. 이때 경찰은 동행하지 않았다.

범인은 차량 뒷유리를 내리고 구혜선에게 현금을 던지게 한 후 '꼭 갚겠다'며 계좌번호를 요구했고, 구혜선은 돈뭉치와 함께 자신의 계좌번호를 적은 메모를 함께 차 유리를 통해 뒷좌석으로 던졌다.

한참 후 범인은 구혜선에게 동호대교 아래에 차를 뒀으니 차를 찾아가라는 전화를 받고 매니저와 함께 차를 찾아왔다. 이 때가 오전 7시. 구혜선은 7시간 동안 경찰의 도움없이 혼자서 범인과 계속 통화하며 결국 196만원을 주고 차를 찾았다.

구혜선은 "차안에는 DVD 플레이어와 네비게이션 등 돈이 되는 물건과 함께 내 소중한 소지품들이 그대로 있어 차를 빨리 찾고 싶었다"면서 "범인은 전화할 때마다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반드시 갚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말했다.

구혜선은 "차를 찾는 일이 급해 돈을 요구대로 줬다"면서 "빌려준 셈 치겠다. 극악한 범인을 만났으면 더욱 큰 일을 치를 뻔 했는데, 그저 액땜했다 생각하겠다"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처음에는 연예인이라는 신분 때문에 나의 신상정보와 집이 알려지는 게 두려워 범인을 꼭 잡으려는 마음이 커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었는데, 나중에는 그저 차를 빨리 찾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며 "범인은 언변이 똑똑한 사람처럼 들렸고, 욕설도 전혀 하지 않았으며 사과도 하더라. 운좋은 범인을 만났다"고 말하며 웃었다.

구혜선으로부터 돈을 받아 '급한 일'을 처리한 범인은 이튿날 다시 구혜선에 전화를 걸어 "고맙게 생각하고 은혜를 꼭 갚겠다"고 했다.

구혜선은 "사건 이튿날 아침 경찰서에서 찾아왔지만 이미 돈은 줬고, 차를 찾고 나름대로 일이 해결됐다"면서 "시끄러워질 것 같아 조용히 있었는데 언론에 알려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법을 어긴 죄는 잘못이지만, 되돌려 받은 차와 귀중품은 건드리지 않아 오히려 고마웠다. 더 악한 사람이었다면 큰 일 났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차량에 있던 지문을 채취하는 등 증거를 입수하고 범인 수색에 나섰다. [스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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