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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과학자, 프랑스에 마음 상해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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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의 과학자들은 프랑스 사법당국이 한국의 과학 수준을 깔본 데 대해 마음이 상해 있다."

프랑스의 진보 성향 신문인 리베라시옹은 주말판(21~22일자)에서 서래마을 영아 유기 사건을 수사한 한국의 국립과학수사연구소(NISI)에 대한 르포 기사에서 한국의 DNA 검사 결과를 믿지 못한 프랑스 당국의 태도를 꼬집었다. 리베라시옹은 미셸 탕망 기자를 서울의 국과수에 보내 어떻게 해서 한국이 냉동 영아들의 부모가 쿠르조 부부임을 확인했는지의 조사 과정을 사회 1면(전면)과 2면에 걸쳐 집중적으로 다뤘다.

신문은 '출입금지-POLICE LINE-수사중'이라는 테이프가 붙은 시체 보관 냉동고 사진도 크게 실었다. 리베라시옹은 국과수 직원인 권기석씨가 "시체가 몇 주일째 이곳에 보관돼 있는데 하루에도 몇 번씩 보관 상태를 점검한다. 힘들다. 빨리 이 시체에서 벗어나고 싶다. 프랑스 당국이 와서 찾아갈 때가 됐다"고 한 말을 전했다.

리베라시옹은 국과수 DNA 분석과장인 한면수 박사를 인터뷰해 그의 말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한 박사는 인터뷰에서 "거의 100개국에서 DNA 테스트를 실시하는데 한국은 상위 20개국에 속한다"며 "영국의 법의학연구소가 10개의 담배꽁초에서 4개의 결과를 얻어내는 데 비해 우리들은 그 두 배인 8개의 결과를 얻어낸다"고 말했다.

한 박사는 또 "한국에서 나는 DNA 검사를 개척한 사람이다. 20년 전 DNA 수사를 도입한 영국의 제프리 박사에게서 배웠다. 그 후 미 연방수사국(FBI)에서도 연수를 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뒤 "유럽.미국.아시아에서 동일한 방법을 쓰고 있어 결과가 다를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냉동 영아의 친부모를 확인하기 위해 30가지 분석을 실시했고 모든 결과를 비교 검증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 박사는 "영아들의 유전자를 검사하는 과정에서 두 아이의 검사 결과가 달라 일란성 쌍둥이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는 사실도 밝혔다.

리베라시옹은 영아의 검시를 주도한 의사 전석훈씨가 "아마도 프랑스가 부끄러워서 사건의 진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했던 게 아니냐"고 되물은 말도 소개했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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