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증거도 없이 기소 검찰 왜이리 망가졌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법조브로커 윤상림씨를 통해 사건을 수임하고 소개비 명목으로 1억3500만원을 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학재(61.사진) 전 대검 차장이 평생을 몸담았던 검찰을 '부도덕하다'고 비난했다. 대검 차장은 검찰에서 총장을 제외하곤 가장 고위직이다. 김 전 차장은 1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 공판 때 자신이 했던 최후진술 내용을 서면으로 정리해 정상명 검찰총장 등 검찰 수뇌부에게 전달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김 전 차장은 최후진술서에서 "검찰이 제출한 수사기록을 다 살펴봐도 1억3500만원이 소개비라는 증거는 없고 검찰이 형사소송법의 기본원칙을 무시하고 증거 없이 기소를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사관계자들이 그래도 유죄의 증거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형사소송법 공부를 다시 해야 할 것"이라며 "만약 유죄의 증거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기소를 강행했다면 이는 엄청난 인권유린이며 살인행위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김 전 차장은 "터무니없는 증거를 만들어 기소를 강행한 검찰의 부도덕함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고, 검찰이 왜 이렇게 망가졌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이용훈 대법원장이 '검찰의 수사기록을 던져버려라'고 한 말도 거론하며 "대법원장의 발언은 검찰의 치부를 정확히 지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차장의 선고공판은 26일 열린다.

박성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