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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냉정 화해 무드가 제3세계 핵개발 조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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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동서 진영간의 긴장완화 추세에 힘입어 핵 제조기밀을 포함, 첨단기술들에 대한 서방측의 통제가 완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제3세계국가들의 밀반입에 의한 핵 개발 우려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고 미 위스콘신대 군사 전문가 게리 밀홀린 교수는 지적했다. 다음은 밀홀린 교수가 미국 워싱턴포스트지에 기고한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편집자 주>
탈냉전의 화해무드가 엉뚱하게 번져 제3세계국가들의 핵 개발붐을 조장시키고 있다.
서방의 동구권에 대한 각종 규제가 완화되면서 핵탄두 체조기술과 같은 「금수기밀」들이 제3세계로 마구 흘러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1일 미국과 서방 동맹국들이 대 동구 수출규제를 해제시킨 핵탄두 기폭장치는 이같은 우려를 가시화 시킨 전형적인 예라 하겠다.
이 장치는 이라크가 지난 3월 미국으로부터 밀반출 하려다 적발됐던 문제의 금수품목이다.
이제 이라크는 동구 국가들을 경유, 버젓이 규제부품들을 사들여 서방을 위협하는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게 됐다.
이라크 뿐 아니라 파키스탄·인도·이스라엘 및 남아공 등 어느 나라든 밀수 핵 제조가 가능하기는 마찬가지다.
지금까지는 미국과 나토 및 일본·오스트리아 등이 코콤(COCOM·대 공산권 수출통제 위원회)을 통해 규제를 해왔었다.
그러나 금수품목 중 상당부분에 대한 고삐가 풀려버렸다.
이번에 해제된 30가지 품목 중 기폭장치 만큼이나 우려를 갖게 하는 품목이 플루토늄 용해장치와 중성자 가속장치다.
이 장치들은 핵탄두 제조 및 장거리 탄도 미사일을 개발하는데 있어 필수적인 품목들이다.
다시 말해 이라크·리비아 등이 「혈안이 되어」구하고 싶었던 기밀들인 것이다.
단적인 예를 들면 지난 87년 고속원심 분리기를 미국에서 밀반출 하려던 파키스탄 수입업자가 당국에 체포된 적이 있다.
하지만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이들 국가들은 동구만 통하면 얼마든지 이 물품들을 구입할 수 있게 되고 말았다.
일부 사람들은 서방국들이 동구 국가에 단단히 주의를 시키면 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달러에 굶주려있는 동구국들이 과연 이같은 밀반출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기 짝이 없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최근 미 합참의 고위 관계자들이 『핵무기의 확산을 막는 일이 냉전시대 때 기밀 누출을 통제하던 것보다 훨씬 어렵다』고 실토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분별한 군사기밀의 누출이 장차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지는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단순히 핵무기의 확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라크·리비아 등이 일단 고도의 핵 능력을 지니게 됐을 때 이들을 통제할 방법이 있느냐는 것은 더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아가 인도·파키스탄, 그리고 이스라엘·강경 아랍국 등 첨예한 대립이 계속되고 있는 나라들이 만약 이를 사용하려든다면 그 결과는 어찌되겠는가.
설령 핵무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들 나라들이 밀반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장거리 미사일이나 화학무기들이 「손쉽게」실전에 투입될 경우를 상정해본다면 정말 아찔한 일이다.
따라서 서방국들은 적절한 경협을 견제 도구로 삼아 동구국들의 「암거래」를 최대한 억제시켜야할 것이며 핵무기가 확산될 경우 동서 모두가 공멸한다는 공동체의식을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워싱턴 포스트=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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