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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적 부활 운동|1941년 폐기된 몽고 문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몽고는 최근 들어 1941년에 완전 폐기된 민족 고유의 몽고 문자를 부활시키자는 대대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몽고 문자는 12세기께 돌궐계의 위구르족이 사용했던 위구르 문자를 차용해 만들어진 세로쓰기 문자로 모음 조화와 교착어를 가진 전형적인 알타이어계에 속한다.
몽고어는 13세기초 몽고족에 의하여 건설된 역사상 최대의 대제국인 몽고 제국이 성립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유목과 수렵 활동이 주요 생산 수단이었던 몽고 제국 시대에는 몽고인들의 특유한 이동성문화로 인해 몽고어의 전파가 급속히 촉진됐다.
그후 몽고말을 표기하는 정식 문자로 자리잡아 각지의 몽고인들 사이에서 널리 사용됐으나 몽고 인민 공화국이 성립된지 l7년 후인 1941년에 전통의 몽고 문자를 없애고 대신 키릴(러시아) 문자 (몽고 신문자)가 도입됐다.
키릴 문자를 정식 문자로 도입한 배경에는 ▲문자 간편화를 통한 문맹 퇴치 ▲외국 문화(특히 소련 문화) 흡수에의 편의 제공 등의 이유가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86년5월 개최된 몽고 인민 공화국 제19차 당 대회를 계기로 개혁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전통문 화를 되살리자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부터 전국 중학교에서부터 몽고 문자 교육이 실시되기에 이르렀다.
수도 울란바토르에서도 일부 국민학교에서 몽고 문자 교육이 실시되는 등 몽고 문자 교육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이와 같은 전통 회복 움직임에 힘입어 이제까지 키릴 문자 일색이었던 각 기관의 관장이나 사장, 거리의 간판, 포스터 등에도 속속 몽고 문자가 병행표기 되기 시작했다.
특히 민주화 운동이 급격히 활성화됐던 지난해말 이후에는 키릴문자 세대인 젊은이들이 주도하는 시위에서도 몽고 문자가 플래카드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인민 혁명당 기관지 「우넨」 (진리)의 제자에도 지난 4월부터 몽고 문자가 병기되고 있다.
몽고 문자는 이제 백화점·우체국 등 생활 공간에 진출하고 있을 뿐 아니라 대학 내의 모든 표기도 몽고 문자를 차용해서 쓰고 있다.
그러나 「신자」와 「구자」의 장래에 관해 몽고인들 사이에서는 양문자 병용, 「구자」로의 재 전환 등 각양각색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몽고 문자 부활은 단순히 문자표 기상의 문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소련의 오랜 지배에 저항해 온 민족주의 정신이 결실을 보았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몽고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과 신강 위구르 자치구에서도 당국이 일찍부터 위구르어의 아라비아 문자 표기를 러시아 문자 (50년대) 라틴 문자 (60년대) 등으로 차례로 전환시켰으나 위구르족의 거센 반발에 부닥쳐 원래의 아라비아 문자 표기로 되돌아간 경험이 있다.
몽고 인민 공화국 (외몽고) 에서 몽고문자가 다시 보급돼 완전 정착된다면 몽고문자만 사용되고 있는 인근 중국내 몽고 자치구와의 정보 교환도 훨씬 수월해질 것으로 전망돼「내몽고」와 「외몽고」의 문자 통일도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진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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