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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변혁에 손 든 알바니아/대소 외교 정상화ㆍ문호개방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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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스탈린주의 고도」지키기 한계/77년 악화된 중국과 관계도 풀릴 듯/폐쇄 북한ㆍ쿠바에도 적지않은 영향
알바니아ㆍ소련이 29년만에 외교관계를 정상화한 것은 스탈린주의 추종 여부를 놓고 대립해 온 양국간 이념분쟁의 종식이자 동구유일의 「스탈린주의 고도」로 남아 있던 알바니아가 동구변혁에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문호를 개방하기로 결정했음을 의미한다.
알바니아의 대외문호개방은 세기적 대변혁을 겪고 있는 동구권에서 더 이상 고립주의를 유지한다는 것이 불가능함을 인식하게 된 것임을 보여준 것이다.
알바니아는 55년 바르샤바조약기구를 창설한 회원국이었으나 68년 소련군이 체코를 침공하자 이 조약기구에서 탈퇴,군사적으로 동구와 관계를 단절했었다.
특히 흐루시초프 전 소당서기장이 61년 스탈린 격하운동을 벌이기 시작하자 알바니아의 스탈린식 장기독재집권자였던 호자는 소련과 외교를 단절,반소정책을 고수했다.
호자가 85년 사망한 뒤 집권한 알리아 역시 동구식 개혁을 완강히 거부해 왔으나 지난해 연말 루마니아 차우셰스쿠정권의 비극적 몰락 이후 스탈린식체제 고수에 동요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번의 대소외교관계 정상화는 지난해 말부터 단편적이고 간헐적으로 대미ㆍ중ㆍ소 관계회복 희망으로 나타났었으나 호자의 미망인 네즈미예 세력들과의 견해차이로 대외문호개방 자체가 흔들리면서 지금까지 시간을 끌어왔었다.
그러나 알바니아는 지난 5월부터 시위가 발생,7월에는 수도 티라나에서 수천명의 시민이 외국대사관으로 망명요구를 하는 등 국내사정이 급속도로 개혁요구추세로 동요하기 시작하자 미온적으로 추진하던 대외개방정책을 적극화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알바니아의 이번 대소관계정상화는 지난 77년 이후 악화돼 온 대중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알바니아는 흐루시초프의 스탈린격하운동과 함께 당시 소련과 이념분쟁을 벌이던 중국과 손잡고 반소외교노선을 추구,16년간 대중관계가 강화됐었다.
그러나 지난 77년 마오쩌둥(모택동) 사망 후 중국이 실용주의노선으로 급선회하자 알바니아­중국관계도 급속도로 냉각됐었다.
알바니아는 또 동구의 정치적 변화로 인해 사회주의 국가들의 뒷받침이 사라지게 됨에 따라 안보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알바니아는 동ㆍ서구가 함께 참가하는 유럽안보협력회의(CSCE)의 참가 필요성을 인식,회의참가를 확정짓기 위해 우선적으로 대소관계개선이 필수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알바니아의 이같은 대외개방ㆍ대소관계개선은 최근까지 민족ㆍ국경분쟁을 벌이고 있는 대유고관계를 오히려 더 악화시킬 소지를 남기고 있어 발칸반도의 국경분쟁은 격화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유고는 알바니아의 고립으로 알바니아계 코소보문제에 유리한 입장에 놓여있었으나 이제 유고의 알바니아계 분리문제는 국제적 개입의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알바니아ㆍ소련 관계개선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편 이번 알바니아의 커다란 태도변화는 스탈린주의 고수국가인 알바니아가 주변국들의 정치적 급변에 결국 굴복,스스로 구체제개혁이라는 정책변화로 대응한 것으로 풀이돼 공산주의 고수로 고립을 끝까지 지탱하는 북한ㆍ쿠바등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강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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