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덩이 큰 러시아 서머타임 해제도 10시간씩 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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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지난 26일 오전 3시 러시아도 미국.유럽처럼 '일광시간 절약제(서머타임)'가 끝나 시계 바늘을 뒤로 한시간씩 돌렸다. 하지만 워낙 땅덩이가 크다 보니 사연이 만만치 않다.

극동의 캄차카 지역에서 서유럽과 인접한 칼리닌그라드주까지 러시아 전체가 서머타임에서 일반시간으로 시침을 도로 옮기는 데 무려 10시간이 걸렸다.

20년 넘게 반복되는 일이지만 혼란에 빠지지 않는 때가 없다. 가장 큰 문제는 기차 시간표다. 출발 시간을 기준으로 삼는데 오전 3시 이전은 서머타임으로, 그 이후는 일반시간에 따른다. 서머타임이 끝났다는 걸 미처 모른 승객들이 주로 낭패를 본다.

오전 3시10분 출발하는 새벽 기차를 타려고 20분 전에 나온 승객은 1시간 20분을 기다려야 기차를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조정된 도착시간에 맞추기 위해 열차는 일부러 거북이 운행을 한다.

워낙 혼란스럽다 보니 서머타임이 아예 적용되지 않는 '성역'도 있다. 모스크바 인근 카랄료프에 있는 우주비행통제센터다.

시간을 고치다 통제 시스템에 고장을 일으켜 우주정거장에서 생활하는 우주인에게 해를 끼칠까봐 우려해서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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