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민족대회」한국측대표 조성우씨(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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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금이 남북통일 길 여는 호기”/정권이익 돼도 민족차원 추진/민간교류 활성화… 동질성회복
범민족대회 2차 예비회담이 극적으로 이뤄질 경우 많은 사람들이 숨은 배경과 대회자체의 성사 가능성ㆍ성과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일반국민은 물론 진보적 재야단체에서조차 통일 논의를 제기할 수 없었던 척박한 분단 현실속에서 지난 88년초 처음으로 범민족대회의 필요성을 역설했던 조성우 평화연구소소장(40). 26일의 제2차예비회담 남한 6인대표의 한사람인 조소장은 일관된 반독재민주화 투쟁과 수차례의 투옥으로 점철된 투사의 이미지와는 달리 회담에 임하는 자신의 입장을 현실론에 입각해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범민족회의의 가장 큰 의의는.
『지금의 시기가 평화와 통일의 길이냐,대결과 반목을 보다 첨예화시키고 분단을 영구 고착화시키느냐의 기로인 만큼 한반도에서 첨예한 군사적 대결구조와 군사적 긴장을 몰아내고 평화구조를 정착시켜 평화통일을 앞당기는데 있다.』
­정부가 당초 예상과는 달리 처음으로 민간교류를 허가해준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문익환목사,임수경양 등 방북자들을 구속해 놓고 북방정책을 선전하는 것이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됐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또 야권의 의원직 총사퇴와 보라매공원 집회등으로 현정권이 수세에 몰린데다 각종 남북대화 채널이 모두 막혀 앞으로 있게될 남북정상회담ㆍ당국자회담 등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을 안고 있기 때문에 자주적 통일운동을 탄합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현재의 국내외 정세가 통일운동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보는가.
『통독등 국제환경의 변화와 통일열기의 고조등 국내여건의 성숙으로 그 어느때보다 좋은 조건이 펼쳐지고 있다. 또 이러한 상황은 남과 북의 당국자들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압력이 되고 있다고 본다.』
­이번 예비회담의 급작스런 성사에 일각에서 혼란을 느끼고 있는데.
『전민련 일각에서 조차 이번 대회를 전술개념으로 파악하려는 사람이 있지만 나는 처음부터 일관되게 전략차원에서 다뤄야 할 가장 핵심적인 과제라고 믿고 있었다. 노정권대 민주세력의 대립관계와 7천만 민족의 이해는 분명 차원이 다른 별개의 문제다. 물론 정권에 이익을 주게될 측면도 있지만 이를 감수하고 밀고 나가야 하는 것이 바로 통일문제다.』
­정부의 지원에 얹혀 예비회담을 성사시킨 것이 결과적으로 운동권 전체의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물론 반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설사 손해를 본다고 해도 이는 우리민족전체를 위해 감수해야 할 운동권 전체의 숙명적인 부담이라고 본다.』
­본대회가 끝내 성사되리라고 보는가.
『어느때보다도 남북모두가 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므로 반드시 실현될 것이다.』
­회담 당사자들이 가져야 할 바람직한 태도와 입장은.
『서로의 입장과 견해,사상의 차이에 너무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무엇이 서로 다른가를 확인하는 것은 대등한 만남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최대과제인 통일을 위해 대승적인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할 것이다.』
­대회가 성사되면 어떤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인가.
『범민족대회는 남과 북,그리고 해외동포가 각기 떨어져 살면서 이루어낸 삶의 문화가 어떻게 다른가를 아픔 속에서 확인하고 이제부터 어떻게 활발하게 교류해 민족적 동질성을 확보하고 확대해 나갈 것인지 그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결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한편 조씨는 자신이 소장으로 있는 평화연구소를 통해 해외추진본부측과의 연락을 떠맡으며 대회준비의 핵심역할을 해온 재야의 통일통.
75년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7년형을 선고받고 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에 연루,15년형을,89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1년형을 선고받는 등 투옥경력이 화려하다.
민주주의 민족통일을 위한 국민연합 중앙상임위원과 민주청년의회의장 등을 지내며 범민족대회류의 통일방향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경북 상주 출신으로 고대법대 행정학과에 입학,졸업은 하지 못했다.〈이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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