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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경제」의 환상서 깨어나자(사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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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금 우리 경제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는 부동산투기나 주가하락의 근본원인이 이들 자산에 대한 과대평가,혹은 「거품현상」에 있으며 이같은 현상이 치유되지 않을 경우 자칫 경제의 파탄까지 몰고올 위험이 있다는 신한종합연구소의 경고는 우리가 안고 있는 약점의 핵심을 찌른 것이라 할 수 있다.
경고를 담은 보고서는 한 은행의 부설연구소에서 펴낸 것으로 연구소의 성격상 주로 주식과 부동산 투기에서 나타난 거품현상이 금융기관 경영에 미칠 위험성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이같은 현상은 주식ㆍ부동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우리 경제전체가 실력이상으로 과대포장돼 있고 우리 국민은 부풀려진 허상을 실상으로 보는 착각 속에 빠져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느니,용이 아니라 지렁이라는 세계의 빈정거림 속에서도 호화사치풍조와 과소비가 판을 치는 현실에서 우리는 환상에 빠진 우리 자신의 허망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연구소의 보고는 우리 증권시장의 크기를 나타내는 상장증권의 89년 시가총액이 95조5천억원으로 80년에 비해 38.6배나 늘어 같은 기간 경상 GNP 증가율 3.9배에 비해 무려 10배나 빠른 속도로 부풀려졌다고 분석하고 지금의 주가하락은 이처럼 부풀려진 거품이 꺼지는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국내외 총 토지가격은 1천3백조원으로 GNP의 9.2배에 달해 땅값이 비싸다는 일본에 비해서도 최소한 3배이상 과대평가됐다고 지적,투기붐으로 치솟은 땅값의 실상을 벗기고 있다.
엄밀히 말해 자산의 가치를 나타내는 방법은 화폐단위로 표시하는 것밖에는 길이 없다. 그리고 자산가치를 화폐로 표시할 수밖에 없다는 제약때문에 거기에는 언제나 과대평가의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그것은 어쩌면 화폐경제가 안고 있는 숙명적 함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29년의 세계대공황,87년 10월의 블랙먼데이,그리고 멀리 갈 것도 없이 지금 국내 주식시장의 주가하락에서 볼 수 있듯이 지나치게 부풀려진 가격체계는 그 거품이 꺼질 때 엄청난 개인적 손실과 경제질서의 파탄을 가져올 위험을 안고 있다는 데 이를 방치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이 보고서는 실물경제의 회복없이 주가의 회복이 어렵다는 논리를 확인시켜 주었을 뿐만 아니라 투기가 투기를 부르는 부동산 투기의 악순환,그리고 사회에 팽배한 과소비풍조의 원인을 지적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이같은 경제의 거품화현상이 왜 우리 사회에 팽배하게 되었느냐는 점이다.
우리는 그 원인은 건실한 도덕적 가치나 윤리관의 확립없이 물질만능주의ㆍ배금주의로 이끌어 온 사회풍조와 우리 경제의 실상을 과대선전하고 미래에 대한 환상을 심어줌으로써 정권을 유지코자 했던 정치권의 무책임성에서 찾고자 한다.
그리고 앞으로 이같은 환상을 깨고 우리 경제를 건실한 토대 위에 구축해 나가는 작업도 바로 도덕성의 확립과 환상을 배제한 현실적 접근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거품경제에 대한 경고는 우리 국민 모두가 심각히 생각해야 할 문제임을 거듭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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