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과학의향기] 나치 시대 핵개발 과학자의 변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최근 북한의 핵실험 때문에 주변국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핵무기 개발은 언제나 과학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 심각한 고민거리였다. 비록 핵무기 개발에는 실패했지만 나치 독일 아래서 핵무기를 개발하려 했던 독일 과학자들 또한 비난을 받기는 마찬가지였다. 당시 독일의 핵무기 개발을 이끌었던 사람은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원리'로 유명한 하이젠베르크였다. 그는 1927년 26세에 라이프치히 대학의 정교수가 되고, 31세에 노벨물리학상을 받을 만큼 뛰어난 재능의 소유자였다.

이 젊은 천재 물리학자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베를린의 카이저 빌헬름 물리연구소 소장으로 히틀러의 우라늄 계획을 이끌었다. 하지만 미국이 45년 핵무기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미국과 독일의 핵무기 개발 경쟁은 막을 내렸다. 전쟁이 끝난 뒤 그는 핵무기 개발에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치에 협력하려 했다는 '불순한 의도'에 대해 비판을 받아야 했다. 게다가 독일이 미국보다 먼저 우라늄의 핵분열을 발견했음에도 불구하고 핵무기 개발 경쟁에서 져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은 터였다.

이런 상황에서 하이젠베르크는 '불순한 의도에 대한 해명'과 '무너진 자존심 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절묘한 증언을 다음과 같이 했다. "조국을 위해 핵무기 개발에 참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나치가 핵무기를 개발하지 못하도록 교묘하게 방해했다." 다시 말해 자신을 포함한 양심적인 독일 과학자들이 핵무기를 '안' 만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그의 증언은 독일 과학자끼리 나눈 대화를 녹취한 미국의 비밀보고서가 50년 만에 공개되면서 '만들려 했어도 못 만들었을 것'으로 판가름났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