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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의 비극 실감했어요”/명예ROTC 「낭자군」 전방부대 입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백마 고지ㆍ땅굴 본 뒤 사격훈련/장병들과 축제 한마당 펼치기도
『말로만 듣던 땅굴 등 안보현장을 직접 보고나니 학교생활에서 가졌던 생각과는 달리 조국분단 비극의 현실이 정말 가슴에 와닿습니다.』
여름방학을 이용,20일 전방부대를 찾은 한양대ㆍ건국대 등 서울지역 6개대학 명예ROTC협의회(회장 기난정ㆍ단국대 수학교육3) 소속 1백20여명의 낭자군의 표정은 도착하기 전까지와는 달리 진지해졌다. 19일 오전10시 학생중앙군사학교(문무대)에 자원입소,1박2일동안 실시한 하기수련회의 한 코스였다.
전국 명예ROTC협회가 주관한 이번 하기수련회에서 여학생들은 철의 삼각지대에 있는 백마고지와 철원의 제2땅굴견학,전방부대에서 장병들과의 친선의 밤행사,소감발표,하기입영훈련중인 ROTC후보생들의 문무축제참가 등 여학생으로서는 좀처럼 체험할수 없는 값진 이틀을 보냈다.
단대의 「아씨곰」,건대의 「흑노리」,명지대의 「한울림」,경희대의 「루베」,외대의 「솔내음」,한대의 「다소메」 「한우리」 등 각 대학 여학생 서클회장단이 발기해 86년3월 조직된 명예ROTC협의회는 평소 학교청소는 물론 지점토 공작품판매로 양로원과 고아원위문 등의 봉사활동도 해오고 있는 맹렬여대생단체.
김상배교수(58ㆍ단국대 국문과)의 인솔로 전방을 찾은 이들은 특히 철원 안보관광지안의 옛 북괴노동당사 벽에 씌어 있는 「나 배고파요」 등의 처절한 낙서와 총탄흔적 등을 보며 6ㆍ25의 참상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경희대 지리학과3년 송란양(21)은 제2땅굴을 둘러본 뒤 『어떻게 같은 민족끼리 침략을 위해 이런 짓까지 할수 있느냐』며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지금 당장이라도 전쟁이 일어나면 총을 들고 나가 남자들 못지않게 싸울 자신이 생겼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오후3시부터는 두시간 동안 군복을 입고 4㎞를 행군하고 3발사격훈련까지 한 이들의 얼굴은 어느새 구리빛으로 변해 있었다.<철원=이만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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