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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동네 엄마들의 "사랑의 천사"|「24시간 탁아소」교사 김정화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아이 보는 소질은 타고나야 한다』고들 한다. 그만큼 아이돌보기란 힘들고, 짜증나기 쉽다. 국내 처음으로 문을 연「24시간 탁아소」에서 하루 24시간, 공휴일도 없이 오직 아이들 보기에만 젊음을 바치고 있는 김정화씨(24·사랑의 전화 종합사회복지관 24시간탁아소 주임교사). 「아이 돌보는 천성」이 어떤 것인지를 짐작케 해주는 여성이다.
지난 14일 문을 연 이 상시탁아소는 말 그대로 언제든지 문만 두드리면 탁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 작년 3월 맞벌이 부부를 위한 탁아소로「사랑놀이 방」을 개설, 월∼토요일 오전8시∼오후7시에 3, 4세에서 취학 전 어린이까지를 돌보아 주던 것을 확대한 것. 24시간 체제로 바뀌면서 위탁어린이도 1세부터 취학 전 아동까지로 늘렸다.
『일요일에도 아이 봐주는 곳이 있다니까「정말이냐」고 반신반의하는 이들이 많아요. 그러나 일단 찾아온 분들은 모두들 너무나 좋아해요.』 지난 일요일(15일)에도 파출부 일을 나가는 한 어머니가 두 돌이 지난 아기를 맡기고 돌아가며 몇 번씩이나 『고맙다』는 말을 아끼지 않더라고 전한 그는 『피로가 한순간에 가실 만큼 보람이 느껴졌다』며 활짝 웃는다.
「24시간 탁아소」가 생겨난 것도 따지고 보면 그의 공이 큰셈.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를 졸업한 후 저소득층·빈민지역탁아에 대한 관심을 살려 지난해 6월부터 사랑놀이 방의 주임교사를 맡아 왔던 그는 올해 초 기혼여성들이 많은 공단지역에 야근이 많아 밤에 어린이들이 혼자 방치되기 일쑤란 얘기를 듣고 「24시간 탁아 제」를 사랑의 전화 심철호 회장에게 건의했다.
이어 지난 6월 서울을 중심으로 한 경인지역 주부 5백 명을 대상으로「24시간 탁아에 대한 주부의 욕구조사」를 실시한 결과 73%가 이용을 원한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마침내 「24시간 탁아소」가 탄생됐다.
『기존의 탁아소들이 대개 11시간 동안 어린이들을 돌보고, 아이를 맡기는 여성들의 근무시간이 길기 때문에 더 오랫동안 아이를 맡아 주기를 바라요. 식당일 등 공휴일이나 토요일이 따로 없는 직업도 많고, 옷가게를 하는 이들은 남대문시장에 가느라 오전 2시면 집을 나서야 해요. 엄마가 병원에 입원했거나, 몸 져 드러누웠을 때라든지, 경조사로 인해 집을 비우게 되거나 집안이 복잡할 때, 회사 일로 출장가야 할 때 등에는 24시간 탁아 제가 절실히 필요해요.』
24시간 탁아소로 탈바꿈하면서 영아 반이 생겨나 우유 먹이기, 기저귀 갈아주기 등 일손은 더욱 바빠졌지만『이제서야 탁아다운 탁아를 하는 느낌이 든다』고 김 교사는 웃었다.
김 교사 외에 다른 정교사 2명·보조교사 3명과 자원봉사자 20명의 조력을 받아 탁아소를 이끌어 가고 있다. 1∼2세의 영아 10명을 포함, 이들이 고정적으로 돌보는 어린이만도 60여명을 헤아린다.
『개원 이후 지금까지 탁아소에서 연일 밤을 새우느라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기쁘다』는 김 교사의 남은 소망은 탁아대상 어린이의 범위를 더욱 넒 혀 1세미만 젖먹이와 국민학교 저학년 어린이들도 돌볼 수 있게 되는 것. 그래야만 아이들이 「천덕꾸러기」가 되지 않고, 제대로 바른 성장을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가정과 같은 탁아소」「엄마 같은 선생님」이 그가 추구하는 목표.「처녀 엄마」로 데이트는 시간이 없어 꿈도 못 꾸면서도『아이들과 함께 면 늘 행복하다』는 못 말리는(?)여성이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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