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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만든 낙산사 동종 문화재청장 이름 새겨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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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지난해 화재로 소실됐다 복원된 낙산사 동종(銅鐘) 안에 유홍준 문화재청장의 이름이 새겨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새겨진 이름을 그대로 둘지, 지워야 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 동종은 문화재청이 1억500만원을 들여 최근 복원한 것이다. 원래 동종(보물 479호)은 지난해 4월 낙산사 화재로 녹아내렸다. 낙산사 측은 16일 복원된 동종을 절 안의 보타각에 설치하면서 종 내부에 음각된 '복원기'에서 유 청장의 이름이 들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낙산사 주지 정념 스님은 "국민의 세금으로 복원된 종에 문화재청장의 이름이 들어간 것은 보기에 좋지 않다"며 "복원기는 역사적 근거를 위해 남기는 것인 만큼 현재로선 자구에 손을 댈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새 동종은 문화재 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쳐 복원됐다. 자문위원을 맡은 곽동해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교수는 "소실된 종에도 제작에 참여한 수십 명의 직책과 이름이 들어 있다"며 "이번에는 최소한의 이름만 넣자는 취지에서 주무기관인 문화재청(장)과 종을 만든 장인의 이름만 넣었다"고 밝혔다.

문화재위원회 안휘준 위원장은 "문화재를 만들 때는 후대에 오해가 없도록 제작 시기와 경위, 참여한 사람을 기록하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상당수 네티즌은 유 청장을 비판하고 나섰다. 유 청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광화문 현판은 바꾸라면서 자신의 치적은 내세우려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유 청장은 "복원기에 내 이름이 새겨졌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며 "개인적으론 지우고 싶지만 실무적으로 곤란한 점이 많아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18일 해명서를 내고 "문화재 복원기.중수기(重修記)에는 주관 관청(기관장)의 이름을 넣는 것이 관례"라며 "전문가 자문을 거쳐 조만간 최종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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