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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중견기업]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장난감업체 손오공…완구+뉴미디어 수퍼 손오공 야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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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해 '국내 산업의 재도약 방안'이라는 보고서에서 완구업체 손오공을 가리켜 한 말이다. 단순히 완구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완구를 축으로 삼아 애니메이션.게임.캐릭터 등을 연계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손오공은 '탑블레이드', '구슬대전 배틀 비드맨', '하얀마음 백구' 등을 애니메이션.완구.게임으로 동시에 출시해 경이적인 매출을 올렸다. 한가지 완구와 연계해 여러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는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 전략이다.

◆탑블레이드로 세계적인 '대박'= 손오공하면 떠오르는 게 탑블레이드다. 손오공은 2001년 줄을 당기면 팽이가 발사되는 신개념의 팽이를 선보였다. 우리나라 전통놀이인 팽이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이 상품은 국내에서만 1700만 개가 팔려나갔다. 오늘날 손오공의 질주를 가능하게 한 수훈갑이다.

2001년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국내 완구업체들은 외국에서 성공한 캐릭터를 로열티를 주고 들여와 베껴 만든 뒤 국내에서 판매하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나 손오공은 달랐다. 완구뿐 아니라 애니메이션도 함께 제작했다. 아예 인기 캐릭터 상품을 직접 만들어낸 것이다. 먼저 일본 회사와 공동 투자해 '탑블레이드'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TV를 방영을 통해 어린이들의 반응을 살폈다.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자 탑블레이드를 대대적으로 만들어 뿌렸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탑블레이드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끌자 공장은 24시간 기계를 돌려도 주문을 맞추지 못할 정도였다.

이처럼 손오공의 히트 상품에는 공통 분모가 하나 있다. 팽이.구슬치기.백구(白拘) 등 우리의 고유문화에서 아이디어를 찾아 왔다는 것이다. 손오공의 최신규 대표는 전통 놀이에서 소재를 찾고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상품을 개발했다. 적자를 볼 것을 알면서도 우리의 고유 전통이 담긴 한국형 인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한복 인형인 '연지'를 만들기도 했다. 그는 "외국에서 히트한 상품을 로열티를 주고 가지고 오면 당장에 수익은 나겠지만 국내 완구 사업은 그만큼 발전의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라며 "어른 아이 가릴 것 없이 공감대를 가지고 있는 전통 놀이 문화를 상품화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었다"고 설명했다.

◆어린이판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 현재 손오공은 국내 완구 시장에서 약 30%의 점유율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야심 차게 준비한 '워크래프트3', '컴온베이비' 등 게임 부분의 매출이 예상보다 부진하면서 회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엔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적자는 PC게임 제품 재고 자산 평가 손실을 한꺼번에 반영한 데 따른 것이라는 게 이 회사의 설명이다. 한마디로 부실이 우려되는 부문을 한꺼번에 떨어냈으니 올해부턴 제대로 다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올해 50억 원의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손오공 올해부터 제2의 전성기가 열릴 것으로 자신했다. 우선 '스카이버드'라는 비행 완구가 곧 선보인다. 모형 헬리콥나 비행기처럼 프로펠러로 나는 것이 아니라 날개를 아래위로 펄럭이며 날아가도록 설계된 일종의 '로봇 새'다. 이름을 부르고 만져주면 감정 표현을 하는 인공지능 로봇 '페로', 밤에도 칠 수 있게 불이 켜지는 '야광 셔틀콕'도 대박 예감이 나는 신제품들이다.

최 대표는 "상장 이후 과거에는 따르지 않아도 됐던 규제를 받다 보니 의사결정이나 마케팅 등에 있어서 예전에 비해 탄력적 대응 능력이 떨어졌던 게 사실"이라며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완구 쪽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애니메이션, 온라인 게임 분야 등도 강화해 '어린이판'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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