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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건우, 펜데레츠키 피아노 협주곡 '부활' 아시아 초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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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왼손에 지휘봉을 들고 세계 무대를 누비는 폴란드 출신의 작곡가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73.사진 (左)). 그는 유난히 많은 협주곡을 발표했다. 고독한 개인(독주 악기)과 복잡한 현대 사회(오케스트라) 사이의 갈등과 역학 관계를 드라마틱하게 그려내는 데 협주곡만큼 효과적인 장르는 없기 때문이다. 현악기를 위한 협주곡만 해도 9개나 된다. 그중 가장 많은 것은 첼로 협주곡(5곡)이다.

불과 4년 전까지만 해도 펜데레츠키가 쓴 피아노곡은 학창 시절에 쓴 습작을 제외하면 단 한 곡도 없었다. 그래서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들은 내심 그의 첫 협주곡을 초연하고 싶어했다. 펜데레츠키 피아노 협주곡 '부활'이 발표되자마자 세계 각국의 피아니스트, 오케스트라들이 앞다퉈 이 곡을 연주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피아니스트 백건우(60.(右))씨가 KBS교향악단과의 협연으로 펜데레츠키 피아노 협주곡 '부활'을 연주한다. 아시아에서는 첫 연주다. 백씨는 2004년 12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작곡자의 지휘로 이 곡을 연주했다. 내년 1월 이탈리아 토리노에서도 같은 곡을 연주한다. '부활'의 세계 초연은 2002년 5월 9일 뉴욕 카네기홀에서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지휘 볼프강 자발리슈)와 피아니스트 에마누엘 액스의 협연으로 이뤄졌다.

펜데레츠키는 한 인터뷰에서 피아노 협주곡을 뒤늦게 작곡한 것은 "바르톡.프로코예프 등 경쟁 상대가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2001년 6월 피아노 협주곡 작곡에 착수했다. 3개월 후 반쯤 완성했을 때 9.11 테러가 터졌다. 경쾌하고 즉흥적인 악상의 '카프리치오'를 쓰려던 생각은 180도 달라졌다. 어둡고 무겁고 진지한 음악으로 바뀌어 갔다. 테마 선율도 새로 작곡한 코랄(찬송가풍의 선율)로 바꿨다. 악기 편성은 커졌고 연주시간도 33분으로 길어졌다. 관악기가 악기별로 4명씩 등장하는 4관 편성에다 타악기 주자 6명이나 출연한다. 무대 뒤에는 별도의 금관악기 주자가 배치된다. 100명 규모의 교향악단이 한 무대에 선다. 클라이맥스 부분에서는 모든 단원이 연주를 중단한 채 미리 녹음해온 성당 종소리가 음악회장을 압도한다. 9.11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면서 폭력에 반대하는 경종을 울린다는 뜻을 담았다.

펜데레츠키는 전쟁과 테러의 참상을 고발하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원폭 피해자를 추모하는 '히로시마 전몰자를 위한 애가', 아우슈비츠 희생자를 추모하는 '분노의 날' 등을 작곡했다.

백건우씨는 23일 거제, 24일 부산 독주회에 이어 25일 오후 6시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 강당에서 열리는 '백건우와 함께하는 아름지기 가을 산책'에도 출연한다. 전통 문화유산 보존운동을 벌이는 재단법인 아름지기(이사장 신연균) 후원을 위한 자선음악회다.

◆공연메모=KBS 교향악단, 지휘 펜데레츠키, 피아노 백건우, 슈베르트 '교향곡 제5번', 펜데레츠키 피아노 협주곡 '부활'. 19일 여의도 KBS홀,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1일 고양 어울림극장. 공연 개막 오후 8시(일 오후 5시). 02-781-2243.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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