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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북한 논쟁과대안

금강산 관광 사업 어떻게 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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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본지 10월 18일자 1면> 19일 방한하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한국에 금강산 관광 중단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금강산 관광을 계속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남북 긴장 완화에 큰 역할을 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주장이다. 게다가 민간 기업이 하는 사업을 정부가 나서서 그만두라고 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난다는 반론도 있다. 과연 금강산 관광은 어떻게 해야 하나. 전문가들이 모여 의견을 나눴다.

왼쪽부터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허문영 통일연구원 북한실장, 강치원 강원대 교수(사회), 남주홍 경기대 교수,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조용철 기자


▶강치원(사회)=금강산 관광 자금이 정말 핵 개발에 쓰였을까. 전용됐다면 얼마나 흘러들어갔을까.

▶홍현익(세종연구소)=핵무기 개발에 들어갔든 안 들어갔든 그 금액 자체가 남북 관계 진전, 한반도 긴장 완화, 북한 군사요충지인 금강산 일대의 비무장화 등을 고려할 때 큰 금액은 아니라고 본다.

▶허문영(통일연구원)=전용 가능성은 있으나 그 돈이 결정적으로 핵실험에 들어갔다고 보기 어렵다. 북한 경제는 3원 경제다. 즉 관.군.인민 경제다. 망명한 황장엽(전 노동당 서기)씨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 경제의 70%는 군 경제에 의해 가동되고 있다. 이번 핵실험은 인민 경제라기보다는 군 경제가 한 것이다. 그리고 금강산 관광에 들었던 돈은 인민 경제로 들어갔으며 북한은 1990년대 들어 금강산 관광에서 유입된 자본 증가로 성장했다. 핵 개발에는 1억~4억7000만 달러가 들어간다. 금강산에서 주는 돈은 연 1000만 달러다. 그 정도 갖고 핵 개발했다고 보기 어렵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 이후 인민 경제가 많이 성장했다. 번 돈을 상당 부분 인민 경제 육성에 썼다는 증거다.

▶윤덕룡(대외경제정책연구원)=북한에 대한 모든 거래는 전용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금강산 관광도 전용 가능성은 있지만 얼마나 기여했을까가 문제다. 큰돈이 흘러들어가지는 않았을 것으로 본다.

▶남주홍(경기대)=내 의견은 다르다. 북한은 병영 국가다. 국가 경영을 군부가 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끌고 가는 나라다. 미국과의 협상도 군부가 관할한다. 이런 통치 구조를 생각하면 자금 전용은 당연한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자금을 전용했다는 증거를 대보라는데, 오히려 "전용한 증거가 없다는 것을 증명해 보라"고 되묻고 싶다.

▶사회=핵실험 개발 전체 비용에 비하면 전용 액수가 적다는데.

▶남=금강산 관광을 시작한 뒤 4억5000만 달러, 또 이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4억5000만 달러 등 금강산 관광 하나로 남한이 북한에 준 현금이 9억 달러를 넘는다. 이 돈이면 플루토늄탄 세 개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현대가 준 것이 10억 달러 가까운데, 금액이 적어 핵 개발과 무관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홍=초기 비용은 많이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는 연간 1000만 달러 정도다. 그 정도는 우리에게 주는 혜택이나 긴장 완화, 국민의 심리적 안정 등을 생각해 평화 비용으로 지불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무엇보다 '금강산 관광이 없으면 핵 개발은 없다'란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북한은 다른 나라에 미사일을 팔아서라도 핵을 개발했을 가능성이 있다. 금강산 관광과 직접적인 상관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사회=금강산 관광을 계속해야 하나.

▶홍=금강산 관광은 그동안 남북 간 긴장과 갈등 국면을 화해와 공존, 협력의 관계로 전환한 기념비적인 남북 경협사업의 시작이다. 군사 요충지를 관광지로 만들었다. 긴장 완화와 화해 협력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북측이 남한에 대한 적대 의사 표시를 명확히 보이면 금강산 관광 계속 여부를 재고해야 하겠지만,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먼저 그만두겠다는 것은 과도한 처사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도 직접적으로 금강산 관광을 막고 있지는 않다. 지금 상황에서 중단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또다시 북한이 촉구사항을 위반한다면 그때 중단해도 늦지 않다. 지금 금강산 관광을 중지하면 북한을 움직이는 경제.외교적 지렛대를 포기하는 게 된다.

▶윤=금강산이 남북 관계에 기여한 것은 아무리 높게 평가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북한에 들어가는 현금이 문제라면 다른 방식으로 해서라도 이 사업은 계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면 현물을 제공하는 것이다. 북한이 받을 것인가가 문제이긴 하지만, 그런 식으로라도 금강산 사업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정치적.사회적 비용도 많이 지불했다. 지금 중단하기에는 매몰 비용이 너무 크지 않은가.

▶남=금강산 관광이 화해 협력을 위한 사업이라고 보지 않는다. 진정한 화해 협력 사업은 이산가족 상봉 같은 것이다. 또 금강산은 통일 정책이고, 핵 개발은 안보 정책이라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일단 안보가 우선이다. 군사 관계에서 신뢰구축이 선행돼야 금강산 관광이 의미가 있다. 북한이 핵 개발로 공갈을 치는데 금강산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백지화는 아니더라도 지금은 일단 금강산 관광을 중단할 때다. 북핵 위기가 해소되고, 북한이 성의 있는 국제적 조치를 취할 때까지 금강산에 가면 안 된다.

▶허=다른 각도에서 얘기하고 싶다. 우리의 목표는 무엇인가. 목표는 북핵을 폐기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것을 이루기 위한 전략은 대화만으로는 안 된다. 압박도 같이 가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어렵다. 금강산 관광을 완전히 중지하자니 우리 민족이 화해 협력을 이뤄가는 복원력을 놓칠 수 있고, 반면 핵실험을 했는데 관광을 지속하는 것도 상황에 따른 적절한 대처가 아니다. 일단 정부 차원에서는 금강산 관광 동결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내금강으로 관광 사업을 확대하는 것을 정부가 승인하지 않는다든가, 금강산 관광에 대해 남북협력기금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이다.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깨지 않는 범위에서 민족적 차원에서 주도하는 힘을 상실하지 않는 대응이 필요할 때다.

▶사회=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홍=금강산 관광을 계속하기 위해 우리가 외교력을 잘 발휘해야 한다. 우리는 유엔 사무총장도 배출했다. 이 때문에 미국 설득에 무리는 없을 것이다. 많은 나라가 반대하는 이라크 파병을 우리는 강행했다. 한.미 공조를 생각해 미국의 세계 전략에 발맞춰 준 것이다. 반대로 이번의 경우는 한반도의 문제임을 내세워 우리의 방침에 미국이 따라오도록 설득해야 한다.

▶허=청와대나 국가안전보장회의 아래에 국가 위기관리 특별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정부 부처별로 대응책이 중구난방으로 나오지 않게 조율된 의견으로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 글로벌 시각을 갖고 주변 4강의 속내를 들여다보는 것도 필요하다. 미국.일본 등 주변 4강이 우리처럼 절실하게 북핵 폐기를 원하는가도 잘 살펴야 한다. 사실 주변 4강은 북핵을 오히려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북한이 저렇게 나오면 일본에 방위비를 분담시킬 수 있다. 일본은 군사대국으로 나갈 수 있는 빌미로 활용할 수 있다. 우리만큼 급하지 않다는 얘기다. 그래서 우리가 주도적으로 이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민족의 생존과 21세기 통일을 위해 더욱 필요하다.

▶남=우리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은 부재 상태다. 아마추어적 경영으로 조직적 혼선을 일으키고 있다. 우선 북한 핵 위험의 실체를 잘 모른다. 또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정확히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아직도 대화와 협상이 성과를 내리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그러나 대화와 협상은 더 이상 효과가 없다. 6자회담은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번 기회에 '햇볕정책'을 청산해야 한다. 북한은 우리의 햇볕정책에 '불볕정책'으로 화답했다. 그 결실이 북핵이다.

정리=권혁주.임미진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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