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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투혼의 역주로 10분 벽 돌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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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마라톤 김완기>
북경아시안게임이 다가오고 있다. 한국스포츠의 역군들이 흘리는 땀이 날마다 더 뜨거워 지고 있다. 김양곤(마라톤), 김원기(레슬링), 서향순(양궁), 임춘애(육상)등 80년대이래 최근의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에선 신진대표선수들이 예기치 않은 정상의 승전보를 엮어 내 한국선수단 메달전략에 결정적인 기폭제역할을 했었다. 이번 북경무대에서도 어느 때 보다 많이 가담한 패기의 신예들이 어떤 드라마를 펼쳐 낼 것인지 관심과 흥미의 초점이다. 폭염 속에 절정의 맹 훈을 벌이고 있는 신풍의 기대주들을 찾아본다. <편집자 주>
『정말 후회 없이 달려 보겠습니다. 그래서 2시간10분 벽 돌파와 금메달 획득의 양대 목표를 기필코 달성토록 하겠습니다.』 무명의 장거리 선수에서 지난3월 2시간11분34초의 한국최고기록을 수립하며 일약 한국마라톤 중흥의 기수로 떠오는 김완기(22·코오롱) 가 북경대회출전을 2개월 앞두고 던진 출사표다.
김의 요즘 하루일과는 새벽5시반 동이 트자마자 서울 대치동 미도 아파트의 코오롱선수 숙소를 박차고 나오면서 시작된다.
곧이어 잠실한강고수부지에서 2시간이상 강도 높은 체력훈련과 러닝을 하다 보면 온몸이 땀으로 젖어 들고 배고픔도 느낄 겨를이 없다.
식전 새벽운동으로는 간단한 조깅정도가 일반화된 마라톤에서 김의 이와 같은 훈련방식은 독특하고 이례적인 것이다.
이같이 체력위주의 강 훈을 새벽부터 몰아 붙이는 것은 이번 북경대회 마라톤코스가 대회사상 유례없이 단조롭고 지루한 난코스인데다 기후마저 고온건조 할 것으로 예상돼 체력· 지구력에서 승부가 결정된다고 보기 때문.
지난달 현지코스를 답사하고 돌아온 대표팀의 정봉수 (정봉수·코오롱)감독은 『이같이 험난한 코스에서 우승의 관건은 체력과 정신력이 절대적』이라고 진단,『남은 2개월간 이 부분을 집중훈련 시킬 계획』이라고.
정 감독은 따라서 오후훈련은 북경코스와 흡사한 세곡동∼가락동 시장 순환의 10㎞도로에서 실전을 방불케 하는 강 훈을 거듭하고 있으며 수시로 인근 구룡산 크로스컨트리를 실시하는 등 지구력 배양에 총력을 쏟고 있다.
흔히 마라톤을 인간한계에 도전하는 고독한 경기라고 한다. 정신적 고독감도 엄청나지만 풀 코스 완주 시 에너지소모량이 성인 하루 필요열량(약 2천6백 칼로리) 에 버금갈 정도로 육체적으로도 엄청난 고통을 강요하는 고된 경기가 바로 마라톤.
그래서 체력과 정신력이 더욱 중요시된다는 게 정 감독의 지론이다.
이번 대회 김과 금메달각축을 벌일 상대는 일본의 다니구치 도모유키(2시간12분22초·지난4월)와 이즈미 다카시로(2시간12분59초·89자신의 최고기록), 북한의 최일섭(2시간13분41초)과 유옥현(2시간14분대·이상 지난3월), 그리고 중국의 장국위(2시간12분3초·89중국최고기록) 등이다.
이들은 기록상 김에게 다소 뒤지나 체력이 뛰어나고 더위에 특히 강한 것이 강점.
그러나 최후 승자는 정신력에서 판가름나지 않겠느냐는 게 정 감독의 조심스러운 전망이다.
『고통을 극복하는 정신력은 자신감에서 나오고 자신감은 평소의 트레이닝에서 찾을 수 있다.』
다부진 결의가 얼굴에 배 있는 김도 이 평범한 마라톤의 진리를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글=신동재 기자> 사진 신동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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