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 납세위해 균형에 초점/90년 세제개편 기본골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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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분배ㆍ복지와 재정기능 강화 등 추구/반발 줄이려 방향만 제시
정부가 마련,발표한 90년 세제개편 추진방향은 「추진방향」이란 용어에서부터 정부의 고심을 읽게해 주고 있다.
세제개편은 안정적인 세수를 확보,분배ㆍ복지를 위한 재정기능을 확대할 필요성과 아울러 갈수록 높아지는 이해집단의 세부담 경감요구를 어느정도 충족시키지 않을 수 없다는 양립적인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따라서 이같은 과제에 대해 정부의 확정된 안을 내놓기보다는 기본방향안을 정하고 다양한 의견제시의 기회를 줌으로써 의사결정과정에서 참여가 사실상 배제됨으로써 생길 반발을 완화하고 현실적인 조세마찰의 소지를 줄여나가겠다는 생각이며 이는 과거 방식에 비해 진일보한 것임이 분명하다.
정부가 마련한 「방향」은 기본적으로 그동안 누차 밝혀온 것처럼 소득종류간의 세부담을 균형있게 맞추면서 산업경쟁력을 확보하고 불건전한 기업경영풍토를 고치기 위해 기업과세를 조정하며 비현실적인 부분은 현실에 맞게 고쳐 성실한 납세를 유도하겠다는 것을 기본바탕으로 하고 있다.
소득세와 법인세율을 낮추고 이자ㆍ배당 등 금융자산소득이나 부동산양도에 따른 차익에 대한 감면폭과 대상을 줄이고 상속ㆍ증여세를 현실화 시키겠다는 방향은 이를 나타내고 있다.
기본줄기는 대체로 공감이 가나 앞으로 정부안 확정과정에서 보다 심도있게 논의되야 할 부분도 적잖다.
근로소득의 인적공제ㆍ근로소득공제의 단순한 확대는 기본적으로 현행면세점하에서는 근로자의 60%가 면세대상인 상황에서 오히려 고소득자에 대한 상대적인 혜택의 증가만을 초래한다.
따라서 자의적으로 설치된 각종 특별공제를 없애고 실제 기본생활에 필요한 경비를 일정부분 인정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며 앞으로의 결정과정에서도 변질되지 않아야 한다.
실명제유보는 금융자산소득에 대해 적정한 세금을 물릴 수 있는 길을 원천적으로 막았다.
정부도 고심끝에 실명거래분에 대해서도 세율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데 이는 남의 이름을 빌리는 차명도 엄연히 실명으로 인정되는 마당에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부분이다.
따라서 이번 발표에서 빠져 있는 금융자산의 파악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가 앞으로 주요한 논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는 상속ㆍ증여세의 세원파악과도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정부가 실명제유보의 불가피성을 어떻게 설명했든 국민 대다수가 실명제를 지지했던게 사실이고 보면 행동차원에서 금융자산을 실제 세원으로 포착할 수 있는 강력한 근거를 마련한다 해서 문제가 될 수 없다.
보통의 가계라면 정부방침대로 세금감면 혜택이 주어지는 가계저축의 한도를 늘리거나 근로자 장기저축상품을 개발함으로써 대응이 가능하다.
또 연초부터 누차 시행방침을 밝혀온 소득추계 과세제도의 도입도 일단 발표에서 제외되어 있지만 이는 앞으로 논의과정에서 반드시 거론되야 한다. 적어도 이의 법적 근거는 확보해둬야 그나마의 정책신뢰성이 유지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종교법인ㆍ학교법인ㆍ문화재단 등에 대해 지나친 비과세혜택을 주어 왔고 이로인한 세금회피가 문제가 되어 왔다.
따라서 고유한 사업목적이 아닌 부동산의 거래에 대해서만큼은 양도세ㆍ법인세 등 다른 소득과 형평에 맞는 과세가 이뤄져야 함은 타당하다.
이는 물론 비영리법인이 고유목적사업을 하는데 지장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전제가 필요하지만 「비영리」의 보호막이 실제는 「영리」로 악용되는 사례는 없어져 마땅하다.
상속ㆍ증여세는 정부 생각대로 적어도 국민주택규모 이하의 집한채는 비과세하는 것이 국민감정에 부합되기는 하나 이는 주택소유의 유ㆍ무로 결정될 부분이 아니고 금액기준이 되야하며 이를 위해 기초공제를 대폭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상속재산 파악을 위해 정부가 생각하는 고액상속자의 신고내용 공시는 실효성과 타당성이 모두 의심된다.
일종의 「여론재판」을 유도한다 해서 숨겨진 세원이 얼마나 더 노출될지도 의문이고 이같은 공시제도와 사적 비밀보호라는 원칙과의 상충도 생각해봐야할 문제다. 발상은 이해가 가나 이는 다른 법령의 뒷받침으로 보다 확실한 방법을 찾는게 옳을 듯하다.
법인세율은 업계의 기대에는 못미칠 듯하다. 정부는 기본세율의 인하폭은 줄이되 기술개발 등 정책목표를 위해 기술개발준비금의 손금산입범위를 대폭 상향조정하는 등의 방향을 잡고 있는데 이는 운용여하에 따라 실효성이 좌우될 것이다. 한계세율을 좀더 낮추고 감면폭을 줄이느냐,아니면 세율은 비교적 높게하되 특정목적의 감면범위를 넓힐 것이냐는 업계의견과 세수 등을 고려,신중히 선택해야 할 부분이다.〈박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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